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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 아들 림프종 완치에 ‘보험’보다 결정적인 한방[제대혈 재발견]⑤
  • 조혈모세포 기증받으려 최소 6년 대기하는데
  • 제대혈로 혈액암 확진 후 7개월만 이식 수술
  • 재발없이 15년…“고맙다”하던 아들 잊지못해
  • 등록 2024-11-06 오전 9:50:01
  • 수정 2024-11-07 오전 6:12:47
이 기사는 2024년11월6일 9시5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구독하기
국내에서 제대혈(cord blood) 보관사업이 시작된 지 어느덧 햇수로 28년이 됐다. 국내 첫 ‘자가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이 이뤄진 2005년 기준으로는 약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늘어나는 시장 규모, 성장하는 미래가치와는 달리 아직까지 제대혈에 대한 오해가 많아 아쉽다는 목소리도 많다. 이데일리는 ‘세계 제대혈의 날’인 11월 15일을 앞두고 국내에서 제대혈보관 사업을 영위 중인 주요 회사의 관계자들 및 제대혈 이식으로 자녀의 혈액암을 치료한 경험자 등을 만나 제대혈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풀어봤다.[편집자주]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혈액암은 진행이 빨라서 두 달 안에 항암치료를 하거나 조혈모세포 기증을 받지 못하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헌데 이미 앞선 병원에서 진단명을 찾지 못해 한 달을 허비해서 저희한텐 한 달밖에 없었죠. 제대혈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아찔합니다.”

지난달 25일 경기도 안산 자택에서 만난 임수경(53세) 씨는 “나중에 준우나 준우 형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만 듣고 깊게 생각하지 않고 제대혈 보관을 결정했었는데, 그 순간의 선택이 내가 이제껏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임수경씨가 경기도 안산 자택 거실에 앉아 아들 성준우씨가 제대혈을 이식 수술을 하던 15년 전에 대해 이데일리에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지난 2009년, 임씨의 아들 성준우(당시 6세)군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종플루의 유행에서 비켜 가지 못했다. 다행히 별 탈 없이 신종플루를 떨쳐냈지만 임씨는 얼마 되지 않아 어린 아들의 목 주변에서 작은 몽우리를 발견했다. 약한 미열과 몽우리 외에 아들에게 특별한 증상이 없어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는 그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조직검사까지 했는데 한 달 동안 원인을 찾지 못해 결국엔 대학병원에 가게 됐다. 그때까지도 우리 부부는 큰 일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고 기억을 되짚었다.

하지만 몽우리를 발견한 후 한 달 만에 찾은 대학병원에선 ‘혈액암 4기’라는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신종플루로 면역력이 약해진 동안 암세포가 혈액을 타고 몸 곳곳으로 이동해 무서운 속도로 증식한 것이다. 이후 6년 전 신청했던 제대혈 보관서비스를 기억해내기 전까지의 3~4개월을 “지옥과 같았다”고 표현한 임씨는 “소아암 병동에 있던 다른 엄마들이 ‘제대혈만 있으면 조혈모세포 기증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말을 듣고 바로 담당의에게 갔고, 이듬해 7월 제대혈 이식을 하기까지는 그렇게 마음이 든든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마냥 타인의 조혈모세포 기증만을 기다릴 수 없었던 상황에서 과거 보관해뒀던 준우의 제대혈이 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조혈모세포 이식 대기자들의 평균 대기기간은 6.2년에 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조혈모세포 기증 등 장기 기증자와 이를 필요로 하는 수혜자 사이 수급 불균형이 더 커져 지금은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가 하루 7명꼴로 발생한다.

반면 의학기술 발달로 제대혈로 치료 가능한 질병은 현재 100여가지로 늘어났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외에서 모두 혈액암 뿐 아니라, 자폐증, 뇌성마비, 발달장애 등의 질환에 더욱 많은 비율로 제대혈 속 줄기세포 이식이 이뤄지는 추세다.

임씨는 “소아암병동에서는 ‘코드블루’(환자의 심장이 멈춰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상황)만 뜨면 다들 자지러진다”며 “그때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제대혈(보관)을 좀 해놓을 걸’이라고 말하는 보호자들이 많았다”고 했다. 어렵사리 수년을 기다려 유전자형이 맞는 조혈모세포 기증자를 찾았는데 면역거부반응으로 사망한 소아암 환자를 목격한 적도 있었다.

“준우가 이식수술을 받기 전에 4년을 기다려 기증을 받게 된 9살 아이가 있었던 기억이 나요. 다들 생각보다 빨리 기증을 받게 돼 다행이라고 축하해 줬는데 조혈모세포 이식 후 퇴원했다가 며칠 만에 온몸이 빨개져서 돌아왔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면역거부반응이었던 거죠.”

혈액암에서 완치돼 스물 한 살이 된 성준우씨가 지난달 26일 여행지인 대만에서 보내온 사진 (사진=성준우씨)


이제 스물 한 살이 된 성준우씨는 지금까지도 별다른 이식 부작용이나 혈액암 재발없이 건강하게 청춘을 즐기고 있다. 최근에는 대만으로 여행도 다녀왔다. 제대혈 이식수술 후 아들이 “엄마, 나 살려줘서 고마워”라고 얘기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는 임씨는 제대혈 이식으로 치료기간이 줄어들면서 “결과적으로는 보험보다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며 웃어보였다.

“준우는 감염 위험 때문에 다른 소아암 환자랑 같은 병실을 쓰지 못하는 때가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하루 80만원 짜리 병실에서도, 120만원 짜리 병실에서도 있어봤죠. 아프면 몸도 힘들지만 경제적인 부담이 장난이 아닌 거예요. 그래도 우리는 제대혈로 치료기간을 단축했으니 제대혈이 ‘약’이었던 동시에 치료비에 쓸 돈을 지켜주기도 한 셈이에요. 제대혈 보관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이 결코 적지 않다고 느껴지실 거예요. 하지만 제대혈 이식을 경험했던 입장에서 제대혈보관은 충분히 해볼 만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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