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리가켐바이오(141080)가 STING 작용제(Stimulator of Interferon Genes Agonist) 개발에 도전장을 던졌다. STING 작용제는 차세대 항암제로도 불린다.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부작용 문제로 번번이 연구를 중단하는 등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기존 개발되던 STING 작용제와 차별화된 비(非) 고리형 이인산뉴클레오타이드(CDN)를 활용하고, 자체 기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7일 리가켐바이오에 따르면 이달 말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되는 ‘미국 암연구학회’(AACR)에서 독자 개발 중인 차세대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LCB39의 전임상 등 연구결과가 발표된다. 이번에 발표에서는 LCB39 단독 투여 우수성 뿐 아니라 면역관문억제제 등 다양한 기전의 항암제 병용투여 결과도 공개된다.
STING은 비정상적이거나 외부에서 유입된 DNA를 감지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세포 내 사이토카인 단백질이다. STING이 활성화되면 면역세포가 비정상적인 암세포를 인식해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내년에는 LCB39의 임상 1상이 시작될 예정”이라며 “최근 파이프라인과 관련해 전략이 조금 바뀌면서 LCB39 역시 본 임상까지 진입한 뒤 가치를 충분히 높여 기술수출 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 리가켐바이오의 LCB39 전임상 데이터. (사진=리가켐바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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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키 포인트는 ‘부작용’STING 작용제는 강력한 면역 활성 효과가 있지만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에서도 활성화될 위험이 있다. 정상 면역 세포나 조직에서 STING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전신 염증 반응이나 자가면역 질환 유발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사이토카인 폭풍이 발생할 경우, 심각한 전신 염증과 장기 손상 위험성까지 있다.
실제로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부작용 이슈로 인해 임상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바티스는 아두로 바이오텍(Aduro Biotech)과 협력해 STING 작용제 ‘MIW815’(ADU-S100)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 노바티스는 임상 1b상 연구를 진행하면서 부작용을 피하려 투약 용량을 줄이는 방식을 택했는데, 용량을 줄이니 객관적반응률(ORR)이 낮아지면서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해 연구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부작용 문제 해결은 STING 작용제 개발의 포인트로 꼽힌다. LCB39는 non-CDN STING 작용제로, 기존 CDN 기반 STING 작용제의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CDN과 non-CDN의 가장 큰 차이는 구조적 특성과 STING 단백질과의 결합 방식이다. CDN은 자연 면역 반응에서 유래된 물질로, STING 활성 부위에 직접 결합해 강력한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그러나 과도한 인터페론과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를 유발하기 때문에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non-CDN은 합성 저분자 화합물로 STING의 특정 부위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도록 설계됐다. 이에 따라 자극 강도와 지속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표적 선택성과 조직 특이성이 높아지는 만큼 전신 독성이나 과도한 면역반응을 최소화하는 등 부작용 측면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인다.
전임상 연구에 따르면 LCB39는 경쟁 STING 작용제 대비 세포투과성은 낮춰 과도한 면역반응을 최소화하고, 암 침투성은 높였다. 경쟁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GSK가 개발 중인 non-CDN STING 작용제 ‘GSK3745417’ 대비해서도 100분의 1 수준의 THP-1 세포 활성도를 보였다. 낮은 THP-1 세포 활성도는 독성 위험이 낮다는 의미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공개하긴 어렵지만 기존의 STING 작용제와 다르게 구조를 변화시켜 세포투과성을 낮추는 등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춘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병용요법, ADC 페이로드로도 활용 가능LCB39는 단독요법 뿐 아니라 면역억제제와 병용 또는 ADC의 페이로도로도 사용이 가능해 개발적 측면에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가치를 높이고 있다.
면역억제제의 가장 큰 단점은 20% 안팎에 그친 반응률인데, STING 작용제와 병용을 통해 반응률을 끌어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STING 작용제는 인터페론-β 등 ‘1형 인터페론’과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유도한다. 이를 통해 수지상세포와 대식세포를 활성화시키며 T세포를 종양 미세환경(TME)으로 유입시킨다. 그 결과, 차가운 종양(cold tumor)이 T세포 중심의 활발한 면역반응을 보이는 뜨거운 종양(hot tumor)로 전환시켜 면역억제제 반응률을 높이는 것이다.
리가켐바이오에 따르면 PD-1 항체가 효과를 보이지 않는 비반응성 암 및 동종암 모델에서, LCB39는 저용량으로도 80% 이상의 종양 성장 억제 효과를 보였다. 특히, LCB39는 전임상에서 PD-1 항체와 병용했을 때는 완전 관해(CR) 사례까지 확인됐다.
또 리가켐바이오는 현재 강점을 가진 ADC에도 LCB39를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준비 중이다. ADC 페이로드로 LCB39를 적용해 부작용을 더 줄이고 암 치료 효과는 높이는 것이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LCB39는 단독 및 병용요법, ADC용 페이로드 등 총 2가지로 개발할 예정”이라며 “ADC 페이로드로 사용할 LCB39 연구도 곧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