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류성 제약·바이오 전문기자] 지난해 퇴사한 SK바이오팜 직원들은 미리 앞을 내다보고 ‘신의 한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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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이 지난해 7월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직후 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자 일부 직원들이 퇴사를 단행, 거액의 우리사주 매각 차익을 거둔 것을 두고 나오는 얘기다.
당시 SK바이오팜 주가는 상장 첫날 공모가(4만9000원) 보다 무려 2.5배 넘게 폭등한 12만7000원에 장을 마감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상장한 지 1주일이 지나서 이 회사 주가는 26만95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당시 상장 직후 주가가 폭등하자 우리사주를 매도,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회사에 사표를 던진 이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실제 지난해에만
SK바이오팜(326030)이 주식시장에 상장된 이후 전체 직원 210여명 가운데 15% 수준인 30여명이 퇴사를 단행했다.
SK바이오팜 직원들이 배정받은 우리사주는 1인당 평균 1만1000여주에 달했다. 금액으로는 5억7000여 만원 규모다. 상장 이후 이 회사 주식 가격은 한달여간 20만원대를 오르내렸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무렵 퇴사한 직원은 우리사주 매각으로 평균 16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거둬들였다. 평직원보다 2배 가까운 2만주 가량의 우리사주를 배정받은 팀장급 이상 퇴사자들의 경우 30억원이 넘는 차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SK바이오팜 퇴사자의 선견지명(?)이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 SK바이오팜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면서다. 2일 기준 이 회사 주가는 11만2000원으로 폭락, 상장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최고가인 26만9500원과 비교하면 주가가 반토막 이하로 하락한 상황이다.
SK바이오팜이 상장된 직후가 아닌 주가가 최저가 수준을 이어가는 지금 퇴사를 하게 되면 우리사주 매각으로 얻을수 있는 차익은 직원당 평균 6억여원으로 줄어든다. 상장직후 퇴사시 얻을수 있었던 차익보다 10억원 가량이 감소하는 셈이다. 팀장급 이상 간부도 지금 퇴사하면 12억원원 가량의 우리사주 매각차익을 얻는다. 지난해 상장직후 퇴사한 간부보다 차익이 18억원 정도 쪼그라들게 된다.
이 회사 주가가 상장 이후 최저가를 기록할 정도로 폭락한 배경에는 아이러니컬하게도 SK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육성전략이 있다. 이 회사의 지주회사인
SK(034730)가 지난달 SK바이오팜 주식 11%(860만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게 주가하락을 촉발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지주회사인 SK가 SK바이오팜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한 사실 자체가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SK는 “신성장 동력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블록딜을 추진했다”는 입장이다. SK는 이 블록딜로 1조1163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SK그룹은 올해 첨단소재, 그린, 바이오, 디지털 등 4대 핵심사업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방침아래 실탄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형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폭락한 SK바이오팜 주가를 감안하면 상장 직후 과감하게 퇴사해 우리사주 매각으로 막대한 차익을 거둔 직원들의 판단이 현명했다”면서 “상장을 앞두고 있는 다른 바이오기업들의 직원들 가운데에서도 SK바이오팜의 사례를 눈여겨 보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