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보로노이(310210)가 이달 내로 자체 임상을 진행 중인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VRN11’을 통해 인공지능(AI) 플랫폼 ‘보로노믹스’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상 데이터가 우수할 경우 새로운 기술수출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제기됐다.
 | 보로노이 (사진=보로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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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보로노이는 미국 시카고에서 오는 25일(현지시각)부터 30일까지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VRN11의 임상 1상 초기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유방암 치료제 ‘VRN10’, 고형암 치료제 ‘VRN16’. 고형암 치료제 ‘VRN19’의 전임상 데이터도 선보일 예정이다. 보유 파이프라인 8개 중 절반에 대한 데이터가 공개되는 셈이다.
핵심 파이프라인 ‘VRN11’ 비임상서 BBB 투과율 100% 기록특히 VRN11은 보로노믹스를 통해 도출해 정밀 표적치료제를 목표로 개발 중인, 보로노이의 핵심 파이프라인이다. 아직 비임상 결과지만 뇌혈관장벽(BBB) 투과율이 생쥐(Mouse)와 쥐(Rat) 모두 100%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는 물질이다. 현재 1차 치료제인 타그리소의 뇌혈관장벽 투과율은 생쥐에서 28.9%, 쥐에서 21%에 불과했다. 비소세포폐암은 뇌전이가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높은 뇌혈관장벽 투과율이 중요해진다.
 | 비임상 연구에서 확인된 VRN11의 뇌혈관장벽(BBB) 투과율 (자료=보로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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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노믹스는 정밀 표적치료제의 기술적 우위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인 표적 선택성과 뇌혈관장벽 투과율이 높은 물질 개발에 특화된 플랫폼기술로 발전해왔다. 이 때문에 VRN11의 초기 임상 결과가 보로노믹스의 플랫폼 가치를 입증할 기회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보로노믹스는 뇌혈관장벽 투과율 예측 알고리즘을 통해 화합물의 뇌투과율이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 구조만 선별해 합성하고 있다. 보로노이는 인산화효소 정밀표적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매년 AI가 제시하는 4000개 이상의 신물질을 직접 합성하고 최대 1만8000두 설치류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업데이트하고 AI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있다.
보로노이는 보로노믹스를 통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후보물질들을 비임상 단계에서 빠르게 기술이전해 파트너사와 개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자체 임상을 실시하더라도 임상 1~2상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보로노이에서 임상에 진입한 파이프라인으로는 VRN11 외에도 VRN07, VRN10 등이 있다. 모두 임상 1상 단계에 있으며, 이 중 VRN07은 파트너사인 오릭 파마슈티컬스(ORIC Pharmaceuticals, Inc.)가 글로벌 임상 1a/b상을 진행 중이다. 오릭은 임상 1/2상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가속승인을 신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VRN10은 비교적 최근인 지난해 12월 호주 인체연구윤리위원회(HREC)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아 임상을 개시했다.
VRN11 초기 임상 데이터, 글로벌 메가딜 단초 될까?VRN11의 초기 임상 데이터가 글로벌 기술이전의 단초가 될지도 관전 포인트이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인 타그시소로 인해 발생하는 C797S 내성을 타깃하고 있다. 아직 이를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최적의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임상 데이터가 좋다면 빅파마들도 자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게 회사 측 분석이다.
회사 측은 “VRN11이 경쟁 물질 대비 EGFR 돌연변이 선택성이 높고 뇌투과율이 100% 수준에 달하기 때문에 임상 1/2상 개발 후에 글로벌 메가딜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보로노이가 대규모 글로벌 기술이전 성사를 통해 잇단 권리 반환을 설욕할지도 관건이다. 앞서 보로노이는 오릭, 프레시 트랙스 테라퓨틱스(Fresh Tracks Therapeutics, Inc., 구 브리켈 바이오텍(Brickell Biotech, Inc.)), 피라미드 바이오사이언스(Pyramid Biosciences, Inc.), 메티스 테라퓨틱스(METiS Therapeutics Inc.) 등 미국 바이오텍들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으나 오릭을 제외한 곳들이 모두 권리를 반환하는 수모를 겪었다.
피라미드는 2023년 11월 VRN08의 권리를 반환하고 2024년 4월에는 메티스와 프레시 트랙스가 각각 VRN04, VRN02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 중 VRN04는 지난해 8월 미국 안비아 테라퓨틱스(Anvia Therapeutics, Inc.)와 34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옵션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안비아 테라퓨틱스는 지난해 5월 31일 설립된 미국의 비상장사이다. 계약금은 현금이 아닌 현물(안비아 보통주 250만주)로 수령하기로 했으며, 올해 상반기 옵션 행사기간이 만료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