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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이 작은 캡슐 하나가 장에서 출발해 온몸을 바꿉니다.”
 | 김필 가톨릭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가 지난달 28일 경기도 부천 성심교정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 중이다. (사진=김지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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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 가톨릭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첨단GW바이오사업 미래대체식품신소재원천기술연구단 연구그룹 리더)가 갈색 가루가 든 캡슐을 가리키며 환하게 웃었다. 김 교수는 “미생물 단백질은 장 건강을 먼저 잡아주고, 동시에 체내 대사와 염증 반응까지 개선한다”고 부연했다.
김 교수의 미생물단백질은 단순히 건강기능식품에 머물지 않는다. 반려동물 사료, 배양육 배지, 나아가 혈관·염증 치료제까지 무궁무진한 확장 가능성이 있다. 이미 온라인에선 반려견용 혼합사료로 상용화돼 판매 중이다.
이데일리는 지난달 28일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을 찾아 김 교수를 만났다. 8층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미래 대체식품의 청사진을 쥔 듯한 교수의 표정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씨알 고르듯…빠른 성장 세포만 남겨 예로부터 인류는 씨알이 굵은 감자나 과수 씨앗을 골라 심으며 농작물을 개량해왔다. 김필 교수도 이 원리를 미생물단백질에 적용했다.
김 교수는 “곰팡이나 버섯처럼 미생물을 통째로 키워 가루 형태로 섭취하는 방식이 바로 세포성 단백질”이라며 “각종 균주는 아미노산 조성이나 영양가가 조금씩 다른데, 빨리 자라는 세포일수록 더 풍부한 영양소를 담고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에서 연구를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가 새싹 비빔밥을 먹을 때, 새싹에 풍부한 영양소를 기대한다”며 “신선 세포 특징은 빨리 자란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인공 환경을 조선해 미생물을 배양했다. 10시간이면 10세대를 거듭하는 단세포 특성을 활용해, 시간이 지날수록 환경에 적응해 빠르게 성장하는 세포만 남도록 했다. 흘러나가거나 도태되는 균주는 배제하고, 통 속에는 점점 성장 속도가 빠른 소수의 균주만 살아남았다.
그는 “수천 시간 배양을 거듭하자 결국 몇 종류만 남았다”며 “여기서 크기가 크고 형태가 안정적인 세포를 선별해 가루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뽑아낸 기루의 단백질 함량은 최대 60.9%로 높다”고 덧붙였다.
분석 결과, 미생물 단백질은 효모·스피룰리나·클로렐라·콩 대비 단백질과 아미노산 조성에서 더 뛰어난 균형을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육계 살코기 효율 늘고, 반려견 장 건강까지 김 교수가 세포에서 만들어낸 ‘미생물 단백질’은 보디빌더가 복용하는 ‘단백질 제품’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는 “60% 단백질 함량에 더해 필수 아미노산 모두를 적정량으로 함유하고 있다”며 “또, 단백질, 필수 아미노산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 영양소와 올리고당 성분을 그대로 살린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가 만들어낸 갈색 가루는 단순 단백질이 아닌, ‘영양 종합 세트’로 볼 수 있단 얘기다.
 | 김 교수가 미생물단백질로 만들어 판매 중인 반려견 혼합사료 ‘바이오트릿’. (사진=김지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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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백질 가루를 동물에게 먹이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육계 사료효율 개선, 산란계 난황 품질·색도 향상, 반려견 장 건강 지표 개선 등이 확인됐다.
김 교수는 “사료와 단백질 가루를 섞어서 육계에게 먹였다”면서 “사료양이 줄면서 육계 체중이 줄었다. 그럼에도 고기양은 6% 증가했다. 사료 효율이 개선된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이어 “케이지 사육 중인 산란계에게 단백질 가루를 먹였더니 자연 방목란처럼 샛노랗고 탱탱한 노른자 계란을 낳았다”며 “반려견에선 소화력이 크게 개선됐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실험에 사용한 닭, 마우스 배를 가르는 해부 실험에서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크게 향상됐음을 확인됐다. 또 피하지방이 줄었고 근육량은 늘었다. 혈액 검사에선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이 감소했다. 나아가 염증 지표도 급전직하했다.
초가공의 역행, 복합 영양 매트릭스가 만든 효과 미생물단백질의 이 같은 효과는 초가공 식품을 역행한 제조법에 있다.
초가공 식품은 원재료를 쪼개고, 성분을 추출·합성해, 첨가물과 함께 재조합한 음식을 말한다. 과자, 가공육, 라면, 탄산음료 등이 대표적인 초가공 식품이다.
김 교수는 “음식은 가공이 되면 될수록 영양소 사이 사이에 끼인 미세 영양소가 제거된다”며 “여기에 과당, 시럽 등의 값싼 단당류가 첨가까지 되면 장내 유해균인 ‘대장균’이 먼저 확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내 유해균이 많아지면 장 점막이 손상돼 지방 흡수가 많아진다”면서 “이는 혈관이 막히면서 염증이 생기는 등 다양한 문제를 연쇄적으로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 미가공 단백질은 주요 영양소 주변으로 미세 영양소(붉은색, 하늘색)들이 분포돼 있다. (제공=김필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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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생물단백질은 따로 영양소를 추출하지 않은 비정제 상태”라며 “정제 화합물만 투여했을 때보다 단백질-당-미량성분이 뒤얽힌 자연형 영양소를 제공할 때 유익균 증식·장점막 강화가 훨씬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생물단백질은 ‘장-미생물-면역-대사’ 축을 완전히 바꾸는 데 성공했다.
김 교수는 “미생물단백질을 먹이자 장 표면에 점막을 형성하는 배상세포(goblet cell)가 건강해지는 효과가 관찰됐다”며 “점막이 튼튼해지자 기름기가 혈관으로 잘 흡수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염증이 줄고 지방 축적도 크게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어 “고지방 식이를 한 동물에서 피하지방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 대표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저가공 상태의 미생물단백질은 장내 유익균을 크게 늘렸다”며 “이는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고, 담즙산 작용을 강화해 소화력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를 “초가공 식품이 야기한 대사·염증 불균형을 저가공 미생물단백질이 되돌리는 과정”으로 봤다.
사료에서 다이어트 식품까지…확장성 무궁무진 주목할 만한 건 미생물단백질의 확장 가능성이다. 동물용은 지방자치단체 신고 체계로 이미 단미사료 형태로 유통 중이고, 사람용도 준비 채비를 마쳤다.
김 교수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동종 미샐물단백질의 신소재식품 인허가를 신청했다. 건강보조식품, 다이어트 식품으로 데뷔를 목전에 두고 있는 셈이다. 임상에 여부에 따라 혈관, 염증 관련 치료제로 확장 가능성도 열려 있다. 특히, 다이어트 식품에선 최근 유행하는 GLP-1 비만치료제처럼 신경계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전하다.
 | 미생물단백질 100밀리그람(㎎) 캡슐. (사진=김지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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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육 배지로도 김 교수의 미생물단백질은 장밋빛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배양육은 세포 배양 단계에서 고가의 소태아혈청이 다량으로 필요해 상용화가 더디다. 세계 각지에서 소태아혈청을 대신할 배지 개발을 시도했지만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김 교수의 미생물 단백질은 소태아혈청 없이도 배양육이 만들어졌다. 미생물단백질이 배양육 공정의 원가 이슈 해법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김 교수는 불균형 식단·초가공 의존 환경에서 기초 체력과 대사를 회복하는 데, 미생물 단백질 캡슐이 얼마나 필요한지 묻자, “하루에 한 알이면 충분하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