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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국내 바이오 기업이 개발한 알츠하이머 및 비만 치료 후보물질이 미국 제약사에 총 6조5000억원(선급금 700억원 포함) 규모에 기술이전 됐다. 6조5000억원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술이전 사상 최대 규모다. 하지만 계약 구조가 일반적이지 않고, 신약 효과는 물론 기술이전 파트너사의 임상개발 완주에도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최근 뉴로바이오젠은 미국 제약사 사이렉스 바이오(Scilex Bio)와 비만 및 알츠하이머 치매 경구 치료제 ‘티솔라질린(KDS2010)’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글로벌 라이선스 및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그 규모는 총 6조5000억원으로 2015년 한미약품 당뇨 신약을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이전(4조8000억원) 한 수준을 뛰어넘는 국내 최대 규모다.
2019년 설립된 작은 바이오텍이 기술이전 소식을 발표하자 업계에서는 뉴로바이오젠에 관심이 집중됐다. 현재 티솔라질린은 국내 임상 1상을 완료했고, 지난해 8월과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알츠하이머 임상 2a상, 비만 임상 2a상을 각각 승인받았다. 뉴로바이오젠은 비상장사로 코스닥 상장사 시너지이노베이션(미생물 배양 배지 사업)이 최대주주(지분율 54.9%)다. 시너지이노베이션(048870)은 에스이노베이션 신기술조합이 최대주주로 있고, 상상인(038540)그룹은 에스에노베이션 신기술조합 지분을 44% 보유한 최대주주다.
시너지이노베이션은 뉴로바이오젠 기술이전 소식이 알려진 16일 주가가 전일 3090원에서 4015원으로 올라 상한가(29.93%)를 기록했다. 4월 10일부터 주가가 상승해 16일까지 5거래일 연속 강세를 보였다. 해당 기간 주가 상승률은 54.7%에 달한다. 상상인 주가도 전일 1920원이던 주가가 16일 2395원으로 마감, 무려 24.7% 올랐다. 특히 시너지이노베이션의 경우 390억원 규모로 발행된 14회차 전환사채(CB) 중 116억원어치에 대한 전환 청구가 이뤄졌다. 그동안 주가 부진으로 풋옵션 우려가 있었지만, 주가 상승으로 전환 청구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 (자료=각사 사업보고서 및 KG제로인 엠피닥터, 그래픽=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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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1. 일반적이지 않은 계약 형태, 6.5조 아닌 300억짜리 계약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뉴로바이오젠의 이번 딜을 두고 다양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계약 형태에 대한 의문부호가 달린다. 총 계약규모 6조5000억원은 선급금과 판매 로열티로 구성됐다. 선급금은 700억원 규모인데, 계약금과 마일스톤으로 나뉜다. 계약금 300억원, 신약허가 신청시 400억원을 뉴로바이오젠이 받는 구조다.
나머지 6조4300억원은 판매 로열티다. 해당 판매 로열티는 바이오텍의 일반적인 기술이전 총 규모에 포함되는 마일스톤과는 다르다. 마일스톤은 일반적으로 임상 개발 단계별 지급, 신약허가시 지급, 특정 판매 목표를 달성할 경우 지급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판매 로열티는 마일스톤과는 별개로 매년 판매에 따라 합의된 비율(%) 만큼 지급받는 항목이다.
실제로 2020년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와 4조7000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던 알테오젠의 경우 총 계약 규모에 계약금과 임상·허가·판매에 따른 마일스톤이 포함됐다. 반면 판매 로열티는 별도 사항으로 총 계약금 산정 항목에 들어가지 않는다..
뉴로바이오젠의 경우 비상장사로, 이번 계약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건을 명시한 내용을 공시하거나 밝힐 의무가 없어 이번 계약 구조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제기된다.
바이오텍 관계자는 “보통 기술이전 계약 총액은 계약금+마일스톤 금액으로 이뤄진다. 판매 로열티는 배제된다”며 “이번 기술이전 계약의 경우 어떻게 산정된 금액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오 투자 벤처캐피털(VC) 심사역은 “계약금 자체로만 보면 300억원이란 금액은 총 계약 규모 대비 비율은 낮지만, 최근 국내 바이오 업계 투자 한파 상황을 고려하면 커 보인다”면서도 “임상 1상을 한 약물이라는 점과 다양한 인디케이션(적응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물질이 좋다는 가정하에 좋은 딜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6조5000억원이라는 숫자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그 기준으로 볼 필요는 없고, 300억짜리 계약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가장 편하다”고 강조했다.
 | 2023년 9월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메타볼리즘에 퍼블리시 된 뉴로바이오젠 비만 치료 연구 논문. 논문에서 “KDS2010을 투여한 고지방식이 생쥐(HFD)에서 식욕 변화 없이, 8주 이내에 체중이 정상식이군(chow) 수준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언급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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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2. 마오비 억제제 부작용 우려도...전문가는 갸우뚱 뉴로바이오젠이 기술이전 한 티솔라질린은 마오비(MAO-B) 억제제로 당초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이 시작됐다. 마오비 억제제는 뇌에서 도파민을 분해하는 효소인 마오비 작용을 억제해 도파민양을 증가시킨다. 알츠하이머와 파킨슨 등 치매 환자의 경우 도파민 생성 세포가 손실돼 부족해진 도파민 농도를 높여 증상을 완화하는 기전이다. 파킨슨병 치료제로 개발돼 처방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티솔라질린은 마오비 효소를 표적한 새로운 기전의 비만치료제로 뇌 속 신경세포 군집인 ‘가브라5’를 조절한다. 뇌 속 별 모양 세포에서 마오비 효소가 분비되면 신경 물질 가바가 합성, 주변에 있는 가브라5 신경세포를 억제한다. 즉 지방세포 연소가 억제돼 비만이 발생하게 되는데 티솔라질린이 마오비 효소를 억제, 가브라5를 활성화해 비만을 억제한다. 당초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된 물질이지만, 가브라5 신경세포 활성화로 많이 먹어도 체중이 감소하는 현상을 확인하고 비만치료제 개발에도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뉴로바이오젠의 티솔라질린 비만 전임상 연구 논문을 살펴보면 비만을 유도한 마우스 모델에 물에 녹인 약물을 하루 20mg/kg 용량으로 8주간 경구 투여했다. 30mg/kg 용량으로 15일 경구 투여 연구도 진행했다. 그 결과 식사량 변화 없이 체중이 많이 감소해 정상군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고, 지방 조직과 간 지방 축적이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2023년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 ‘시상하부 GABRA5 뉴런, 별세포 GABA 통해 비만 조절’(GABAergic GABRA5-positive Projection Neurons in Lateral Hypothalamic Area Control Obesity via Astrocytic GABA)이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게재됐다. 핵심은 식욕 억제 없이 비만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뉴로바이오젠의 티솔라질린 관련 데이터를 살펴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티솔라질린 IR 자료와 연구 데이터를 살펴봤는데, 데이터가 별로였다. 투자나 기술도입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연구 논문에는 경구용 비만치료제에서 가장 중요한 경구 흡수율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명시되지 않았다. 한 국내 대형 제약사 연구개발 총괄도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뉴로바이오젠 관련해서 여러 부분을 살펴봤는데,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마오비는 지질대사 관련 부분으로 도파민 관련 부분을 건드리는 기전이다. 도파민은 쉽게 말해 행복 호르몬인데, 이런 시그널을 건드리면 우울증, 자살 충동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존 비만치료제가 겪었던 문제도 우울증과 자살 충동 등이었다. GLP-1이 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은 포만감을 주는 기전이기 때문이다. 뇌 관련된 것을 건드리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동물에서는 우울증 등을 확인하기 어렵고, 임상 1상에서도 장기투약이 이뤄지지 않아서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다. 상당한 리스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의문 3. 임상개발 및 상용화·6.4조 수익 가능할까 이번 기술이전 파트너사인 사이렉스 바이오는 비마약성 진통제와 중추신경계 치료제를 개발하는 미국 기업으로, 비상장사다. 사이렉스 홀딩과 한국 국제정밀의료센터가 설립한 조인트 벤처다. 사이렉스 바이오는 티솔라질린 미국 임상을 위해서는 나스닥 상장사인 사이렉스 홀딩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이렉스 홀딩의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해 매출은 5659만 달러(805억원), 영업적자는 7280만 달러(1036억원)에 달한다. 특히 주가는 8~9개월 사이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8월 30일 40.25달러였던 사이렉스 홀딩 주가는 올해 4월 23일 3.99 달러로 90% 급락했고, 시가총액도 같은기간 1억 달러 이상에서 2089만 달러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사이렉스는 미국에서 비만과 알츠하이머병 임상을 각각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 임상 2상과 3상의 경우 대략 환자 1명당 약 1억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 후기 임상을 다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 원이 소요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알츠하이머 치료제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인 아리바이오는 3상 환자만 무려 1150명이며, 이중 미국에서만 600명의 환자를 모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약품의 경우 비만치료제 국내 임상 3상에서만 42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 비용은 투자를 받아서 할 수도 있고, 그것이 안된다면 딜을 깨는 수단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이전 한 파트너사의 상황을 고려하면 임상을 완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형 제약사 연구개발 총괄도 “파트너사의 재무 상황과 미국 임상에 드는 비용을 대략 따져보면 임상 개발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김상욱 뉴로바이오젠 대표는 한 언론을 통해 “정말 힘들게 연구해 기술이전에 성공했지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니 억울하다”고 주장했지만, 이데일리의 수차례 연락(전화 및 문자)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뉴로바이오측과 상상인 측도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