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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비만치료제가 장기지속형 기술에 이어 편의성을 확대하는 제형 변경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국내외 기업들이 경구용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고, 최근 인벤티지랩이 비만치료제 성공을 좌우할 생체이용률에서 노보노디스크 대비 수십 배 높은 수치를 입증하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구용과는 차별되는 마이크로니들 패치제로 비만치료제 시장을 공략하는 라파스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의 생체이용률을 확인해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향후 편의성 확대 제형 측면에서 경구제와 패치제의 시장성도 주목받고 있는데, 두 기업 모두 글로벌 기업이 주시하고 있어 흥미로운 경쟁이 예상된다.
2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들이 신기술을 적용한 비만치료제 연구에서 주목받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라파스는 지난 22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개최된 대한약학회 춘계 국제학술대회에서 마이크로니들 기반 세마글루타이드 비만 패치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한 비만 패치제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은 라파스가 세계 최초다.
23일 인벤티지랩도 키움증권에서 진행한 기업설명회(IR)를 통해 경구용 비만치료제 1주 제형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비슷한 시기 비만치료제의 향후 제형 변경 시장에서 경쟁할 기업들의 연구발표에 업계 관심도 높았다. 무엇보다 두 기업 모두 치료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사전적 지표로 알려진 생체이용률 수치가 굉장히 높게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 인벤티지랩의 경구용 비만치료제 실험 결과.(자료=인벤티지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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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이용률 30% vs. 24.3%...노보노디스크 넘었다 노보노디스크는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개발했고, 같은 성분의 경구용 치료제인 리벨서스도 개발했다. 1일 1회 용법으로 당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직접 인체 내 약물을 투입하는 주사제 형태와 달리 경구용 또는 패치제는 인체 내 약물 흡수율이 중요하다. 이를 큰 개념으로 생체이용률이라고 하는데, 리벨서스는 0.5~1%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고비, 마운자로 등 현재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 비만치료제는 펩타이드인 GLP-1 계열로, 펩타이드 단점은 반감기가 짧은 것이다. 주사제와는 달리 경구용은 인체 내 위장관 환경을 통과하면서 약물이 빨리 녹는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리벨서스의 생체이용률이 낮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인벤티지랩(389470)은 1주 제형 경구 세마글루타이드 동물실험에서 생체이용률이 24.3%에 달했다.
라파스(214260)가 개발한 마이크로니들 패치제도 진피층을 뚫고 인체 내 약물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에 있어 굉장히 난도가 높은 기술로 평가받는데, 세마글루타이드에 마이크로니들을 적용한 임상 1상에서 세마글루타이드 용량 증가에 따른 체내 약물 노출도가 증가하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생체이용률이 약 30%에 달해 리벨서스 대비 약 60배 높은 효율을 나타냈다.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는 “이번 연구 결과는 매주 1회 투여 주사제형 또는 매일 1회 복용 경구제형으로 구분된 기존 투여 옵션 대비, 매주 1회 경구투여라는 새로운 복약패턴을 제시한 최초의 시도”며 “기존 경구용 제제 기술들은 체내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위장관을 지나면서 분해되는 단점을, 원 물질에 페길레이션이나 구조적으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인벤티지랩 약물전달 플랫폼은 원 물질이 가지고 있는 물성을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분해되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위고비와 미니피그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기존 임상과 유사한 약물방출 패턴과 데이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인벤티지랩 약물전달 플랫폼은 미립구 입자의 성상, 크기, 크기의 분포, 다공성 등을 자유롭게 조절이 가능해 원 물질의 변형이나 손실이 적다는 게 특징이다.
라파스 관계자도 “이번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그룹 자체가 적었다. 30명. 한번 부착이다. 그런데도 편차 없이 생체이용률이 30% 나왔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수치”라며 “우리 기술 자체가 주사제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생체이용률에 대해서는 “피부 진피층에 세포들이 많은데, 패치가 그 부분에 접착이 되면서 주사제보다 높은 수치가 나온 것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비만치료제 연구에서 리벨서스 대비 높은 생체이용률을 입증한 인벤티지랩과 라파스 주가도 치솟았다. 연구 결과가 알려진 24일 인벤티지랩 주가는 전일 대비 29.81%(6200원) 오른 2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라파스도 결과가 발표된 22일 전일 대비 11.2%(1580원) 오른 1만5750원을 기록했고, 24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해 24일 1만6870원을 기록했다.
경구용·마이크로니들 장단점 명확...전문가들은 경구용에 힘 실었다 업계에서는 인벤티지랩과 라파스의 비만치료제 연구 성과에 대해 굉장히 의미있는 결과라며, 이런 시도가 계속 이뤄져야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바이오 투자 벤처캐피털(VC) 대표는 “시장이라는 것이 어느 하나만 잘 될 수는 없다는 측면에서 경구용 비만치료제와 마이크로니들 치료제 모두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인벤티지랩은 베링거인겔하임과 장기지속형 비만치료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번 경구용 치료제 관련해서도 2년 전부터 연구개발을 해 왔고, 글로벌 기업과 여러 논의를 하고 있다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라파스도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마이크로니들 비만치료제 관련 중국 기업과 논의 중이고, 노보노디스크와는 오는 5월 미팅이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일각에서 지적하는 경구용 비만치료제의 단점은 높은 용량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구용 치료제의 경우 인체흡수율이 낮다 보니 고용량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고용량은 약물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약값도 높다. 편의성 측면에서 개발되는 제품인데 용량도 높고, 약값도 비싸다고 하면 시장성에서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비만치료제 개발사 관계자는 “당장 비만치료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점유율 등을 봐서는 주사제가 가장 크고, 경구용에 대한 시장 수요도 엄청 크다”며 “마이크로니들의 경우 상용화가 된다면 사용성이 굉장히 편리할 것이다. 하지만 상용화 사례가 드물어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극복해야 하는 부분들도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한 벤처캐피털(VC) 대표는 마이크로니들 가능성도 높지만, 경구용 치료제에 대한 가능성이 더욱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마이크로니들 패치의 장점은 경구제와 마찬가지로 약물이 서서히 방출돼 장기지속형 기술이 가능한 부분이다.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도 “시장성 측면에서 봤을때 환자 입장에서는 알약(경구용)이 훨씬 편하다. 마이크로니들은 바늘이 있다보니 따끔한 부분도 있고, 복약 순응도 측면에서도 비만치료제 대상 환자군에서는 크게 장점으로 다가가지 못할 것이기에 경구용 기술이 더욱 주목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복약 순응도의 경우 치매 환자 같은 고령 환자에게 필요한 부분이지만, 비만치료제 처방 대상군인 젊은 층에는 크게 와닿는 장점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치매치료제의 경우 매일 스스로 복약이 어려운 고령 환자를 위한 시장성 때문에 다수 마이크로니들 기업이 패치제 개발에 도전했지만, 상용화된 사례가 없었다.
무엇보다 경구용 치료제는 단점을 극복하는 기술이 이미 개발됐지만 마이크로니들의 경우 데이터 불확실성이 아직 존재한다는 평가다.
그는 “그동안 여러 마이크로니들 개발사의 초기 연구 데이터를 보면 굉장히 좋다. 하지만 대규모 후기 임상에서는 데이터가 잘 나온 경우가 거의 없다. 불확실성이 있는 것”이라면서 “반면 경구용 비만치료제인 리벨서스가 높은 용량이다 보니 가격도 비싸고, 복용 전 장을 완전히 비워야 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일라이 릴리가 낮은 용량으로 아무 때나 복용이 가능하고, 체중감소율도 확보했다. 경구용 단점을 극복한 사례다. 국내에서도 노보노디스크의 리벨서스를 극복하기 위해 용량을 낮춘 경구용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는 곳이 인벤티지랩과 디앤디파마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