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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LG화학(051910) 필러 사업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유력 후보자들이 줄줄이 인수전 불참을 선언했다. 매각 희망가 5000억원 거품 논란은 둘째 치고, 중국에서 한때 필러 매출 1위를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의외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이달 초 에스테틱 사업부 매각 예비 입찰을 실시했다. 예비입찰엔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맥쿼리자산운용,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 어팔마캐피탈 등이 줄줄이 불참했다. 소문이 돌던 신세계인터내셔널도 인수전 참여를 포기했다. 매각 주관사는 HSBC다.
 | LG화학 필러 이브아르. (제공=LG화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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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IB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LG화학 필러(브랜드명 이브아르) 매각 상황과 전망을 놓고 심층 취재했다. 이들 소속은 회계법인, PE, 업계 등이다. IB 업계 특성상 모두 익명으로 표기했다.
-LG화학 필러 사업부는 왜 매각하나. A:LG화학은 필러 사업을 매각하고 그 돈으로 LG에너지솔루션(373220) 2차전지 쪽으로 투자 확대를 꾀하려 한다
-LG화학의 필러 매각 결정이 갑작스러워 보이는 데. A:처음 LG화학 내부에선 필러·톡신 회사를 인수해 합병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그러다가 방향이 확 틀어졌다. 이 과정이 2년 반 소요됐다.
-LG화학 필러 사업부 현재 시장 가격은. B: 5000억원이다.
-매각희망가 5000억원은 어떻게 산정됐나. B:원래 시장에선 1500억~2000억원 정도면 될 것으로 봤다. LG화학 에스테틱 사업부 연 매출이 1000억원이고, 영업이익이 250억 내외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계 사모펀드(PE)들이 중간에서 헛바람을 많이 넣었다. 이 과정에서 가격이 계속 올라갔다. 이 바닥에서 소위 ‘꾼’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다.
-중국계 PE가 LG화학에 왜 헛바람을 넣나. A:LG화학 필러는 중국에서 오랫동안 1위를 했다. 지금은 현지 사업자에게 1위를 빼앗겼다. 하지만 이브아르 브랜드 파워는 모두가 인정한다. LG화학 중국 현지법인 인력만 150명 수준이다. 여기에 70명에 달하는 직판 영업인력이 있다. 중국 자본이 매력을 가질만한 물건이다.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는가. A:처음에 과열 경쟁을 하던 중국계 PE가 모두 발을 뺐다.
-왜 중국계 PE가 발을 뺐나 C:LG화학 필러 사업 실체를 알았기 때문이다. LG화학 필러 공장이 전북 익산 LG생명과학 옛 공장 일부분으로 돼 있다. 이 사실을 알고 다 발을 뺐다. 필러 생산 라인을 따로 떼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인수자는 필러 공장을 새로 지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우수의약품 제조 및 관리(GMP) 인증도 받아야 한다. 결국 LG화학 필러 사업부 가치는 브랜드와 허가권밖에 없다. 이걸 어떻게 5000억원을 주나.
 | 2021-2024년 중국 주사용 히알루론산 시장 규모(단위: 억 위안, %). (자료=프로스트 앤 설리번(Frost & Sulliv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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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명과학 전북 익산 공장에서 필러를 계속 생산하면 되지 않나. C:공장 새로 짓고 허가권 이전되는 동안 LG화학으로부터 주문자위탁생산(OEM)으로 필러를 공급받아야 한다. PE는 평균 3년 투자하고 재매각 한다. 그런데 물건 자체가 복잡성을 띄면 재매각이 어렵다.
LG생명과학 생산 라인을 영구적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결국 PE는 3년 안에 (LG화학 필러를) 재매각해 돈 벌어야 하는 데 공장 짓는 데만 3년 걸린다. PE와 성격이 맞지 않다.
-3년, 5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돈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데. C:중국계 PE가 발을 뺀 또 다른 중요 이슈는 허가다. 국내 사업자도 식약처 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게 쉽지 않다. 하물며 중국계 업체가 국내에서 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너무 험난한 과정이다. 입장 바꿔 국내 기업이 외국 어디에서 인허가 절차 진행한다고 하면 벌써 머리 아프지 않나. 같은 상황이다. 기업 입장에선 장시간 인적자원을 투입해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PE 입장에선 손사래 치게 된다.
A:중국계 PE가 LG화학 필러 사업부를 인수하는 순간, 공장 새로 차려야 되고, 허가권 이전받아야 하고, GMP 인증받아야 한다. PE 입장에선 ‘그냥 다른 물건 찾을래요’, ‘안할래요’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LG화학 필러 사업부는 누가 인수하나. B:전략적투자자(SI) 아니면 못한다. 재무적투자자(FI)는 회수 기간이 길어 안된다.
-중국계 자본 이탈로, 남는 건 국내 필러 사업자밖에 없는 데. B:맞다.
-메디톡스가 인수하나. A:메디톡스는 소송으로 자기 코가 석 자다. 안될 것으로 본다. 다만, HSBC가 메디톡스와 만난 것으로 안다.
-휴젤은 어떠한가. A:휴젤은 중국에 필러, 보톡스 모두 인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굳이 LG화학 필러를 살 이유가 없다. 휴젤의 지난해 중국 매출이 860억원이다. LG화학 필러 사업부를 매력적으로 느낄 것 같지 않다. 마찬가지로 HSBC와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안다.
-그럼 휴메딕스인가. B:휴메딕스도 중국에 자사 필러 브랜드가 있다. 굳이 5000억원에 인수할 이유가 없다. 부연하자면 3년 전 LG화학 필러가 중국에서 1등할 때, 휴메딕스가 3등했다. 휴메딕스는 중국 74개 브랜드 중 미국 엘러간, 스웨덴 큐메드, LG화학과 더불어 4대 브랜드로 분류되고 있다. 휴메딕스 입장에서도 LG화학 필러는 전혀 매력이 없다. 휴메딕스의 지난해 매출은 1652억원이다. 주관사 측에서 휴메딕스에 인수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안다.
 | 중국 주사용 히알루론산 제품 수입국 분포도(단위:건). (제공=화징산업연구원,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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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메이저가 모두 안된다면 매각가가 떨어질 것 같은데. C:일단 매각가가 2000억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본다. 5000억원은 중국계 PE가 만든 거품이기 때문이다. 그 거품이 걷힐 것으로 본다. 국내 메이저 필러 사업자도 매력을 못 느끼기 때문에 인수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 LG화학 필러를 살 사람이 누군가. C:국내 필러 사업 중 중국 브랜드가 취약한 사업자 또는 중국 진출 희망자가 대상이다. JW중외제약(001060), 종근당(185750), 휴온스(243070), 동아에스티(170900), 동국제약(086450), 대화제약(067080), 제테마(216080) 등도 필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적어도 이들은 국내에서 필러 공장을 지어보거나, 허가를 진행해봤다. PE들이 느꼈던 벽이 없다.
-LG화학 필러 인수에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A:(LG화학 필러를) 인수하면 중국 74개 필러 브랜드 가운데 톱4 안에 들어갈 수 있다. 또 LG화학 필러는 중국에서 하이앤드(최고급) 제품으로 대우받고 있다. 더 중요한 건 인수하면 미국 진출 가능성이 열린다. LG화학은 필러 관련 임상을 아주 다양하게, 그것도 정석으로 진행했다. 임상 데이터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추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이브아르 히알루론산 원료는 미국 FDA 원료의약품(DMF) 등재, 유럽 유럽약전규격적합(EDQM COS) 인증을 받았다.
이런 측면에서 1500억~2000억원 내외에선 확실한 시장 가치가 있다. 이 가치를 알아보는 사업자가 있다면 매각이 이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