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지난 7월 ‘
천랩(311690)’을 품은
CJ제일제당(097950)이 최근 네덜란드의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하면서 바이오에 대한 대기업의 관심을 다시금 입증했다. 3년전 제약 자회사를 팔아치운 CJ가 레드바이오 시장을 겨냥하고 나선 것이다.
| 서울 중구 CJ제일제당 본사(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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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바이오 CDMO 기업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 지분 76%를 2677억원에 인수했다. 앞서 지난 7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기업 천랩을 차세대 신약 개발을 위해 확보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비슷한 성격의 인수에 나섰다.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는 얀센 백신과 연관이 깊다. 얀센 백신의 연구·개발·생산을 맡았던 주요 경영진이 2010년 설립한 회사로 바이러스 백신 및 벡터 제조기술을 보유했다.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는 네덜란드에 본사와 함께 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시설도 갖췄다.
CJ의 이번 행보는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 산업을 찾고 있는 여타 대기업군들과 유사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등 바이오 기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통해 기업 가치를 확인했다.
휴젤(145020)을 인수한
GS(078930)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혁신실 산하에 헬스케어팀과 바이오팀을 만들어 신사업 진출을 노리는 롯데도 ‘바이오’에 방점을 찍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 인수로 세포 유전자 치료제,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등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 원료와 임상시험용 시료, 상업용 의약품을 생산하는 유전자치료제 CDMO 사업에 나설 발판을 마련했다. 연평균 25%씩 성장 중인 차세대 바이오 CDMO 시장은 2030년 16조~19조원 시장 형성이 기대된다.
CJ제일제당은 앞서도 제약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지난 1984년 유풍제약 인수한 뒤 2014년 제약사업파트를 독립법인인 CJ헬스케어로 분리하면서 본격적 사업에 나섰다. 다만 CJ는 2018년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매각했다. 이후
HK이노엔(195940)으로 간판을 바꿔 IPO에도 성공했고 올 3분기에 매출 1886억원, 영업이익 171억원으로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제네릭 및 개량신약 중심의 HK이노엔이 전문의약품과 바이오 신약 개발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CJ의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 인수가 설명된다. 케미칼 중심의 전통 제약 보다는 바이오에 보다 주안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미 그린바이오 사업에 진출한 CJ가 레드바이오로 그 영역을 넓힌 셈이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바이오 시장 진출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과 SK가 CDMO 영역을 선점한 상황에서 후발 주자들이 천문학적 투자에 나설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의 천랩 및 바타비아 인수는 의미 있지만 수익성 확보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