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지완 박미리 기자]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더 연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과 진단키트 등의 수요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지난 25일 오전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25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가운데 델타 변이의 검출률이 7월 3주 48%로 나타나 약 한 달 만에 15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보다 이틀 전인 지난 23일(현지시간)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도 유럽 28개국 가운데 19개국에서 델타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델타 변이가 낮은 치명률을 보이고 있는 만큼 앤데믹(풍토병)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곤 있지만, 여전히 대세는 그 빠른 전파력으로 인해 델타 변이가 또 다른 팬데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쪽이다. 국내에서도 델타 변이를 팬데믹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 집단면역에 도달해야만 델타 변이를 앤데믹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각 국의 델타 변이 대처상황을 보면 명백히 팬데믹 매뉴얼에 따라 방역 조치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 역시 “지금 상황은 분명 델타 변이형 팬데믹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 “앤데믹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는 기존 백신 접종에 따른 면역효과로 인해 시차율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것인 만큼 현재 수치 만으로 델타 변이의 치사율이 낮은 지, 높은 지 평가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델타 변이가 창궐하면서 기존 백신의 면역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까지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22일 최근 한 달 간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의 예방 효과가 40%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같은 날 성인의 백신 접종률이 80%에 이르는 영국에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만6125명이나 발생했다.
김우주 교수는 “백신 델타 변이 예방 효과가 50%면 접종률 70%에 도달해도 집단면역 효과는 35%에 불과하다”면서 “현재 이스라엘은 기존 백신으로 3차 접종을 실시하고 있고, 하반기가 되면 주요 선진국에서도 부스터 샷 접종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6개월 전 델타 변이를 예측하지 못했던 만큼 지금으로부터 6개월 뒤엔 람다·오메가가 새로운 우세종이 될지 모를 일”이라고도 우려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코로나19 백신과 진단키트 등의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승규 부회장은 “작년 국내 체외 진단기업들이 코로나19 초기 대응을 잘하면서 글로벌 마케터 네트워크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델타 변이 확산세가 빠르고 각 국가 의료시스템의 유전자 증폭(PCR) 검사 소화 능력 부족을 이유로 신속·PCR 진단키트 모두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대표 진단키트업체인 수젠텍의 손미진 대표도 “변이 바이러스로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진단키트업계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델타 변이 환자의 입원과 사망은 대부분 백신 미접종자에게서 나타나고 있다”며 “델타 변이의 빠른 확산에도 불구하고 백신 보급률은 저조해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치료제 수요까지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