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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뇌전증 치료제 분야에서 게임체인저로 거론되고 있는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 엑스코프리 홍보이미지. (자료=엑스코프리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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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SK바이오팜(326030)에 따르면, 엑스코프리의 2분기 매출액은 18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14%, 올 1분기보다 62% 각각 증가했다. 또 2분기 미국 내 엑스코프리 처방 숫자는 2만445건으로 1분기 대비 38% 늘어났다. 지난해 5월 출시한 엑스코프리의 미국 내 처방액은 32억(작년 3분기) → 74억(4분기) → 116억(올해 1분기) →188억(2분기) 순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표면적으론 고속 성장이 일어나는 것 같지만, 엑스코프리가 경쟁 치료제 대비 압도적인 효능을 내세우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미진한 성과라는 분석이다.
엑스코프리의 완전 발작 소실률은 21.0%로 1위 치료제 ‘빔펫’(Vimpat)의 2.4~4.6%보다 월등히 높다. 약물 투약 기간 중 발작이 발생하지 않는 ‘완전 발작 소실’은 환자 일상이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해 뇌전증 치료제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다. 올해 미국 뇌전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5조6940억원으로 글로벌 전체 시장의 78%(7조3000억원)를 차지한다. 엑스코프리가 올해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더라도, 미국 내 점유율은 1.7%에 그친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코로나19에 의사 대면 마케팅이 어려움이 있다”며 “또 뇌전증 치료제 시장 자체가 여타 치료제와 달리 시장 침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특성이 있다”고 항변했다.
실제 현재 세계 간질 치료제 매출 1위에 올라 있는 ‘빔펫’은 2008년 출시 후 9년 만인 2017년에서야 10억달러(1조1617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또 다른 뇌전증 치료제 ‘앱티옴’(Aptiom)과 ‘브리비액트’(Briviact)도 매출 2억달러(2323억원)를 넘어서는데 각각 4년, 5년이 소요됐다.
| (제공=SK바이오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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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학계와 의료계는 엑스코프리가 뇌전증 시장 판도를 바꿀 치료제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대한뇌전증학회 회원이라고 밝힌 A교수는 “뇌전증 환자 중 2/3는 약물로 간질 발작 조절이 잘 되는 환자군이고 나머지 1/3은 그렇지 않다”면서 “엑스코프리 완전 발작 소실률 21%만 놓고 보면, 이 임상은 이 약 저 약 써도 잘 안되는 난치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건 아닌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엑스코프리 임상은 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결과일 뿐”이라며 “혁신적인 치료제로 보기엔 임상데이터가 부족하다. 앞으로 실제 수천~수만 명의 뇌전증 환자에게서 임상과 같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전 발작 소실률 21%를 기록한 엑스코프리 400mg 투여군은 111명, 위약군은 106명이었다.
엑스코프리를 빔펫과 직접 비교하는 것도 무리가 따른다는 의견이다. 서울대 B교수는 “엑스코프리의 1차 임상(2a)에서 비투약군의 완전 발작 소실률이 9%였다”면서 “이는 빔펫의 완전 발작 소실률보다 높은 수치다. 어떤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는지 한번 생각해 볼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투약 기간을 12주로 하느냐, 24주로 하느냐에 따라 발작 발생 빈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엑스코프리의 완전 발작 소실률은 절댓값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엑스코프리 투약기간은 적정기간 포함 1차 임상에선 12주, 2차 임상에선 18주였다. B교수는 “엑스코프리는 이전 치료제와 작용기전이 크게 다르지 않아, 게임체인저로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글로벌 빅파마도 엑스코프리를 앞다퉈 특허를 매입하거나, 파트너십을 맺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 것 같다”며 “이 때문에 SK바이오팜이 독자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미국에서 직접 판매망을 구축한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엑스코프리는 기존 간질약과 경쟁해볼 만한 수준”이라고 정리했다.
빔팻은 흥분성 세포에 관여하는 나트륨 통로(Sodium channel)를 선택적으로 불활성화 (slow inactivation) 시킨다. 엑스코프리 역시 나트륨 통로를 억제하고 ‘감마 아미노뷰트릭산’(GABA) 분비를 촉진하는 방식이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환자가 단번에 쓰던 약을 바꾸긴 어렵다”면서 “내부적으론 시간이 지나면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끝난 것도 아니고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도 아닌데, 엑스코프리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