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상장위원회에서 상장예비심사 미승인을 받은 에이프릴바이오가 자진철회 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지난해 5500억원 규모 기술이전(L/O)에 성공하면서 상장예비심사 승인이 예견됐지만 예상 밖 미승인 통보를 받았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에이프릴바이오는 코스닥시장상장위원회(이하 상장위)에서 심사 미승인을 통보받았다. 코스닥 상장을 하려면 상장위와 코스닥시장위원회(이하 시장위)의 심사를 차례로 거쳐야 하는데 상장위에서 미승인을 받으면 시장위 심사 전 상장신청기업이 자진철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에이프릴바이오의 7개 파이프라인 현황 (자료=에이프릴바이오) |
|
에이프릴바이오의 경우 지난해 10월 A, BBB등급으로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면서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해왔다. 같은 달 덴마크 소재 바이오텍인 룬드벡에 4억4800만달러(약 5500억원)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APB-A1’를 기술이전하는 성과도 냈다. 이 계약으로 지난해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이 때문에 바이오 업계에서는 에이프릴바이오의 상장위 통과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여겨왔다. 한국거래소 측은 공식적으로 예심 미승인 이유에 대해 밝히지 않고있지만 업계에서는 APB-A1을 제외한 파이프라인에서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는 점을 미승인 이유로 추측하고 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자진철회 대신 시장위 판단을 지켜볼 것이냐를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위가 열리기 전 상장신청기업이 상장 청구를 철회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시장위 심사가 재개된다. 에이프릴바이오 관계자는 “아직 자진철회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며 “상장주관사와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보통 기업들 스스로 미승인 사유를 알기 때문에 시장위원회까지 갔을 때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자진철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에이프릴바이오의 경우 기술성이나 사업성에서 조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하고 있어 시장위 판단을 한번 더 지켜보려 하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제까지 상장위에서 내려진 미승인 판단이 시장위에서 뒤집어진 선례는 없다. 앞서 디앤디파마텍이 지난해 상장위로부터 미승인 통보를 받은 후 반전을 기대하고 시장위의 결정까지 기다렸지만 결과적으로 최종 미승인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디앤디파마텍은 A, A등급으로 기술성 평가를 다시 통과해 지난해 10월 두 번째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지난 2013년 설립된 자가면역질환·염증질환 치료를 위한 항체 및 항체유사 신약개발사다. 현재 7가지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이중 지난해 기술이전된 APB-A1 외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은 없다. 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APB-R3이 전임상 연구 중으로 올 하반기 중 임상 1상 진입을 목표하고 있고 나머지 파이프라인은 후보물질 도출단계다.
다수의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를 확보한 상태다. 2020년 유한양행이 130억원을 투자해 2대주주가 됐고 LB인베스트먼트, 하나금융투자, 이베스트증권도 FI로 합류했다.
장외주식거래 플랫폼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에이프릴바이오는 2만5000원선에서 주가가 형성돼 있다. 시가총액은 2295억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