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2022년 한 해 동안 진행됐던 ‘블록버스터 톺아보기 파트1’은 3년 전인 2020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 1~55위를 차례로 다뤘다. ‘블록버스터 톺아보기 파트2’는 지난해 새롭게 10억 달러 이상 매출을 올렸거나 3~4년 내로 그에 상응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약물을 하나씩 발굴해 다룬다. 이른바 신흥 블록버스터로 떠오른 약물의 탄생과정과 매출 전망 등을 두루 살펴본다.[편집자 주] |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와 미국 암젠이 공동 개발한 중증 천식 치료제 ‘테스스파이어’(성분명 테제펠루맙).(제공=암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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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도에서 중증의 천식치료제 시장의 선두주자로 군림하는 약물은 프랑스 사노피의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다. 아토피 피부염 적응증으로 최초 개발된 듀피젠트는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국에서 2018~2020년 사이 중증 천식 관련 적응증을 확대하는 데 성공해 널리 쓰이는 상황이다.
아토피 피부염과 천식, 만성 부비동염 등 네 가지 적응증을 가진 듀피젠트의 지난해 분기별 매출은 23억3000만 달러(한화 약 2조9260억원) 수준이다. 이중 기존 천식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듀피젠트의 처방이 증가하는 추세였다.
그런데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와 미국 암젠이 공동 개발한 ‘테즈스파이어’(성분명 테제펠루맙)가 듀피젠트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테즈스파이어는 ‘흉선 기질상 림포포이에틴’(TSLP)라는 신호전달 물질을 차단해 염증의 연쇄 반응을 막는 기전을 가진 신약이다. 해당 약물은 염증관 련 최상이 생체 기전인 TSLP 대상 최초의 물질인 셈이다. 특히 테즈스파이어의 임상 3상 결과, 혈액 호산구 수치, 알레르기 상태, 호기산화질소(FeNO)를 비롯한 주요 바이오마커에 관계없이 광범위한 중증 천식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 효과를 입증하며 주목을 받았다.
테즈스파이어는 미국에서 2021년 12월 12세 이상 소아 및 성인의 중증 천식 치료제로 승인됐다. 이 약물이 중증 천식 치료 적응증을 가진 5번째 생물학적제제가 된 것이다.
각종 사전 작업을 거쳐 AZ와 암젠 측은 지난 1월 “미국의 도매업체에게 테즈스파이어를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 배송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당시 미나 마카르 아스트라제네카 호흡기 및 면역학 부문 수석 부사장은 “중증 천식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치료법의 변화를 일으킬 잠재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테즈스파이어는 2021년 9~12월 사이 유럽과 일본에서도 승인돼 미국 보다 먼저 출시됐으며, 아직 관련 매출이 공개되진 않은 상태다.
이에 더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2일 테즈스파이어의 펜(PEN) 제형도 미국에서 승인됐다. 지난 1월 EMA에 이어 FDA도 테즈스파이어의 제형 변경을 허가한 것이다. 테즈스파이어 펜 제형은 일회용 용량으로 제작됐으며 자가투여가 가능하다. 듀피젠트 등 다른 생물학적 치료제가 피하주사 인 것과 달리 사용 편의성이 크게 높아진 셈이다.
올해 ‘테즈스파이어’와 그 펜 제형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시장에서 모두 출시되면, 듀피젠트의 아성에 본격 도전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TSLP에 작용하기 때문에 천식을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에 관계없이 중증 천식 환자라면 모두 테즈스파이어를 사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사노피 측이 지난해 유럽호흡기학회(EPS)에서 96주 이상 듀피젠트를 2주 간격으로 주사한 환자에서 81% 이상 증상개선 및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사용량 70% 감소라는 장기 효과를 입증하는 결과를 발표하며 시장 방어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