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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141080)가 지난 4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발표한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 ‘LCB84’의 기술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AACR에서 공개한 동물실험에서 기존약물 대비 우수한 결과를 보인 LCB84가 연내 임상 1상 진입을 앞두고 있어서다. 기존 약물의 기술이전 선례를 감안했을 때 임상 1상 후반에 접어들면 수조원 규모 ‘빅딜’이 성사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온다.
30일 레고켐바이오에 따르면 ‘Trop2’를 표적하는 ADC 항암제 LCB84는 7월 중 영장류 독성실험(GLP-TOX)을 개시할 예정이다. 이르면 올 연말까지 독성 시험을 마무리하고 미국에서 임상 1상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2021년 이탈리아의 메디테라니아 테라노스틱으로부터 Trop-2 항체의 글로벌 권리를 확보했다. LCB84는 여기에 자사 ADC기술을 적용한 항암신약 후보물질이다.
Trop2는 삼중음성유방암, 비소세포폐암, 방광암, 췌장암 등 고형암 세포 표면에 과발현하는 단백질이다. 하지만 피부, 각막, 위장관 점막 등 정상세포에도 다수 분포하기 때문에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도 공격할 수 있어 ADC 항암제 개발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직 전임상 단계에 있는 LCB84의 경쟁약물은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트로델비’와 일본 다이이찌산쿄의 ‘DS-1062’다. 트로델비는 품목허가 후 현재 시판 중이고 ‘DS-1062’는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LCB84의 개발 단계는 이보다 더디지만 동물실험에서 기존 약물 대비 안전성과 효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Best-in-class를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 지난 4월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레고켐바이오는 포스터발표를 통해 LCB84는 20, 트로델비는 9.6, DS-1062는 4의 TI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자료=레고켐바이오 AACR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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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지수(TI)가 넓을수록 환자가 투약할 수 있는 최대 용량이 늘어나는데 지난 4월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레고켐바이오는 포스터발표를 통해 LCB84는 20, 트로델비는 9.6, DS-1062는 4의 TI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두 경쟁약물은 정상세포와 암세포 모두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나타나지만 레고켐바이오는 LCB84의 경우 동물실험에서 이 같은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LCB84가 기술이전시 수조원대 규모의 계약성사도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ADC 항암제가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기술인데다 Trop2를 타깃하는 항암제들의 기술이전이 앞서 수조원대 규모였기 때문이다.
다이이찌산쿄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에 DS-1062를 임상 3상 당시 60억달러(7조8000억원)에 기술이전했고 미국 바이오기업 이뮤노메딕스는 트로델비의 품목허가 이후 회사 자체가 210억달러(27조3000억원)에 길리어드에 인수된 바 있다.
회사측은 LCB84의 임상 1상이 끝난 후나 종료될 무렵에 기술이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경쟁약물들은 임상 후기 단계에 기술이전됐지만 모두 수조원대 규모였기 때문에 1상에서 기술이전이 이뤄지더라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임상 1상을 직접 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도 기술이전 계약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요소다.
레고켐바이오는 LCB84를 시작으로 앞으로 임상 1상은 자체 진행, 후기 임상부터는 빅파마 등 파트너사와 공동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는 ‘비전2030’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매년 1개 이상의 파이프라인을 임상 1상 단계에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미국 현지에서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 보스턴에 현지법인 ‘안티바디켐 바이오사이언스’(ACB)를 설립했다.
한 바이오전문 애널리스트는 “최근 레고켐바이오가 임상 1상을 위한 인력을 새로 충원하는 등 1상 직접 진행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며 “이제까지 했던 플랫폼 위주 기술수출과 달리 물질단위로 임상 1상 진입 후 기술수출을 한다면 전체 계약단위 규모는 작아도 업프론트(선급금) 비중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