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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의 제약국부론]바이오 교각살우(矯角殺牛)
  • 현행 규정, 임상3상 개시해야 연구개발비 자산화 가능
  • 신약개발 집중할수록 관리종목 전락하는 회계기준
  • 자기자본 50% 초과 손실 최근 3년 2회이상시 관리종목
  • 4년 연속 영업손실 발생시 관리종목 추락
  • 코스닥 바이오벤처들 까다로운 회계기준에 전전긍긍
  • 신약개발 자산화기준 완화해야 연구의욕 살아나
  • 등록 2022-12-08 오전 9:11:11
  • 수정 2022-12-13 오전 7:23:30
[이데일리 류성 바이오플랫폼 센터장] 까다로운 회계기준으로 신약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바이오벤처들이 늘고 있다. 특히 바이오 투자 빙하기가 도래하면서 돈줄이 마르자 코스닥에 상장돼 있거나 상장을 준비하는 바이오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바이오 기업들이 지목하고 있는 엄격한 회계기준은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등이 주축이 돼 마련한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이다. 이 지침은 바이오 기업들이 신약개발을 위해 쏟아붓는 연구개발비를 임상3상 개시승인 전까지는 모두 비용으로 회계처리하도록 규정했다. 임상3상을 시작한 이후에야 연구개발비를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간주할수 있도록 정했다. 이와 별도로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는 임상1상 개시승인 전까지만 비용으로 분류하고 이후에는 자산으로 계산할수 있게 했다.

신약 하나 개발하는데 조단위의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가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바이오 벤처들은 신약 상용화나 기술수출에 성공하기 전까지는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업구조다. 임상3상 전까지 연구개발비를 모두 비용으로 처리하다보니 영업적자가 수년간 누적되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심하게는 상장이 폐지되는 리스크를 피할수 없다는 게 바이오벤처들의 불만이다. 요컨대 현행 바이오 회계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바이오기업일수록 적자폭이 커지면서 상장이 폐지될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은 법인세 차감전 사업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고 10억원 이상의 적자가 최근 3년간 2회 이상 발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여기에 4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이 발생해도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또다시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아예 상장이 폐지된다.

규정이 이렇다보니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고자 티슈나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 신약개발과 무관한 사업에 뛰어들어 매출과 이익을 올리려는 바이오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바이오 기업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장치라지만 정작 바이오기업들의 신약개발 의지를 꺾는 부작용을 낳고 있어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관리종목이나 상장폐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위해 일부러 신약개발을 등한시하거나 속도조절에 나서는 바이오기업들도 상당수다. 바이오업계는 연구개발비를 자산화할수 있는 기준을 대폭 완화해주면 신약개발도 더욱 활성화될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신약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는 한 바이오업체 대표는 “대규모 제약회사와 같이 상업화된 제품으로 수익이 발생하고 있는 경우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더라도 부담이 작지만 바이오벤처에게는 현행 회계기준이 너무 가혹하다”면서 “상장요건을 유지하지 못해 관리종목으로 편입될 경우 대규모 주가하락을 피할 수 없고 추후 자금조달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한다.

일각에서는 임상시험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바이오 벤처들이 여전한 현실을 감안하면 엄격한 회계기준이 아직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바이오벤처들에 적용되고 있는 현행 회계규정은 신약강국으로의 도약을 가로막고 있는 결정적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어 대대적인 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일수는 없지 않은가(矯角殺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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