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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오죽 급했으면…판결문 공시보다 보도자료부터
  • 15일 판결문 송달 후 장 중 보도자료 배포…장 마감 후 공시 올려
  • 공시불이행으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벌점보다 주가 방어 우선”
  • 등록 2023-02-16 오전 9:33:14
  • 수정 2023-02-16 오전 10:22:56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대웅제약(069620)메디톡스(086900)에 400억원 배상하라는 판결 관련 조회공시에 대한 답변 공시보다 해당 판결에 대한 보도자료를 먼저 배포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당했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 10일 대웅제약에 보툴리눔 톡신 균주 도용 소송 1심 판결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한 바 있다. 이날 법원에서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대웅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 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데 따른 요구다. 대웅제약은 13일 오전 해당 조회공시에 대해 미확정 답변 공시를 내면서 향후 구체적인 사항이 확인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했다. 해당 판결문을 아직 송달 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대웅제약은 15일 판결문을 송달받은 후 즉시 공시를 하지 않고, 판결문에 대한 보도자료를 먼저 배포했다.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 공시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날 오후 2시 34분에 해당 소송 판결에 대한 보도자료부터 공개한 것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는 공시한 이후 공시에 담을 수 없는 내용을 자세히 설명한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게 일반적인 순서”라며 “거래소에서 충분히 문제 삼을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에서도 15일 해당 사실에 대해 인지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유가증권시장 공시 규정의 제29조에 따르면 신고 기한까지 주요경영사항 등에 대해 신고하지 않는 경우(공시불이행) 불성실공시로 적용될 수 있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경우 거래소가 해당 법인에 벌점 부과 이외에 10억원 이내에서 공시위반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다.

(자료=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
해당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 대웅제약은 이날 오후 3시57분에서야 영업비밀 침해 등 청구 소송의 판결문 내용을 포함한 소송 등의 제기·신청 공시를 올렸다. 이어 4시55분에 소송 등의 판결·결정에 대한 정정 공시를 냈다. 앞선 공시는 집행정지 신청을 하겠다는 내용의 공시이며, 정정 공시는 해당 소송의 판결에 대한 것이다. 다만 두 공시 모두 해당 소송의 1심 판결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대웅제약 측은 “보도자료의 주요 내용은 집행정지 신청이고, 이건 의무 공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진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15일 오후 2시34분에 대웅제약이 배포한 보도자료 중 일부 (자료=대웅제약)
그러나 집행정지 신청을 하려면 판결문을 받아서 해석을 한 뒤 결정해야 한다. 대웅제약이 승소했는데도 집행정지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해당 보도자료에도 ‘대웅제약은 최근 공개된 민사 1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명백한 오판임이 확인됐다“며 “편향적, 이중적, 자의적 판단으로 가득찬 오류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집행정지의 당위성을 담은 신청서를 오늘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고 기재돼 있다.

시장에서는 대웅제약이 급하게 보도자료부터 배포한 것에 대해 장 중에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불성실공시 법인 지정을 감안하고 내린 결정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성실공시로 벌점이 부과되든 말든 일단 주가 하락을 막는 게 급선무였던 것 같다”며 “해당 기업의 공시 담당자가 잘 몰랐을 수도 있다. 거래소에 물어봤으면 이런 식으로 일 처리를 했을 리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 날 대웅제약 관계자는 “(판결문) 내용 열람이 송달되기 전에 가능한 것 같더라”며 “그래서 1심 결과를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내부적으로는 판단했었다”는 발언도 했다. 이어 “판결문을 송달 받은 지 24시간 내에 공시하면 문제가 없다고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판결문 열람 후 즉시 공시하지 않는 것은 규정상 문제가 되진 않지만 윤리적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판결문을 송달 받은 지 24시간 만에 공시하는 게 아니라 송달 받은 당일에 공시해야 한다”며 “정직한 회사는 판결문 열람 시 바로 공시하는 게 맞다”고 했다. 다만 거래소는 수사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판결문 열람 여부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통상적으로 판결문이 등기로 송달되는 날을 기준으로 공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대웅제약은 이날 저녁 6시40분 공시불이행으로 인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 조치를 받았다. 소송 등의 제기·신청 공시가 지연됐고, 소송 등의 판결·결정 공시 이전에 보도자료를 먼저 게시했다는 점 때문이다.

거래소는 “대웅제약이 수시 공시 의무사항에 해당하는 소송에 대한 판결 관련 정보를 공시하기 전에 대웅제약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로 게시해 공정 공시를 위반했다”며 “거래소는 언론보도와 공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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