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지난 15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헬릭스미스(084990) 이사회를 장악한 이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구조조정 대상에 연구개발(R&D) 인력도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헬릭스미스 마곡 R&D센터 (사진=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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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헬릭스미스는 최근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사실상 경영권을 가져간 데 따른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헬릭스미스는 관리, 연구 부문을 불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우선 인력 감축부터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헬릭스미스의 직원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37명이다. 이 중 연구 부문 직원은 97명으로 전체의 70.8%를 차지하고 있다.
헬릭스미스 측은 “회사의 한정된 자산을 적재적소에 배치·활용하고 철저한 자금 관리 등이 필요한 경영상의 긴박한 상황에 처해있다”며 “최근 심화된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회사의 생존 가능성과 지속성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예산과 조직을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힘쓰겠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헬릭스미스는 매년 연구, 임상, 운영 등에 5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해왔다. 헬릭스미스의 최근 3년간 별도재무제표 기준 판매관리비는 2020년 585억원→2021년 473억원→2022년 519억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별도 기준 연구개발비는 331억원→336억원→39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직원들의 연간급여 총액은 65억원으로 12.4%에 불과하다. 여기에 복리후생비(11억원)를 더해도 76억원 정도다.
헬릭스미스의 구조조정에는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입김이 컸을 것이라는 게 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의 추론이다. 특히 카나리아바이오엠 측이 추천해 신임 대표이사직에 오른 윤부혁 헬릭스미스 대표는 회사 정상화 시점까지 무보수로 일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내기까지 했다. 1964년생으로 전남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윤 대표는 한국정책금융공사, 대우건설 경영관리단장을 거쳐 한국산업은행 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헬릭스미스가 R&D 업체로서의 정체성을 잃어갈 것으로 우려했다. 현재 진행 중인 R&D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아직 핵심 파이프라인인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당뇨병성 신경병증(DPN) 임상 3상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개발 인력부터 줄이는 것은 섣부른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헬릭스미스는 엔젠시스 미국 임상 3-1상을 마치고, 임상 3-2상을 진행 중이다. 아직 3-3상은 개시하지도 않은 상태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임상이 아예 종료된 다음이 아닌, 임상이 거의 끝나가는 상태에서 연구개발 인력을 줄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그건 단순히 비용만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헬릭스미스는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높여나가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연구개발 인력을 확충하는 게 맞다”며 “헬릭스미스가 실제로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인수한 기업의 헤리티지(heritage, 유산)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중요시하지 않는다”며 “당장 시장에서 주가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되는 파이프라인을 선호하기 때문에 아닌 경우에는 정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구조조정 소식이 직원들보다 주주들에게 먼저 알려지면서 사기도 상당히 저하된 것으로 전해졌다. 헬릭스미스의 전 직원은 “카나리아바이오엠 덕분에 기존 인원들은 거의 퇴사하게 됐다”며 “연구인력들도 구조조정 대상이며,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내 분위기가 상당히 뒤숭숭하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헬릭스미스는 구조조정을 지속할 방침이다. 헬릭스미스 측은 “(구조조정의) 기본 방침은 핵심적인 연구개발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며 “뼈를 깎는 심정으로 구조조정 및 내부통제 강화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