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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주가부양 수단 전락한 물질이전계약(MTA)
  • 등록 2025-09-22 오전 7:19:58
  • 수정 2025-09-22 오전 8:45:25
송영두 기자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신약 개발 기술이전 체결은 기업 성장의 핵심 모멘텀으로 작용한다. 기술이전은 대규모 글로벌 임상을 통한 신약 상용화가 어려운 국내 기업들엔 글로벌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고, 성장을 담보하는 척도로 여겨지고 있다.

기술이전 체결을 발표하면 해당 기업 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투자자들로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는다. 기술이전은 본 계약이 체결돼야만 효력이 있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비밀유지계약(NDA)→물질이전계약(MTA)→공동연구개발계약(JDA)→라이선스 계약(L/O) 단계로 이뤄진다.

대부분 기술이전이 이런 단계를 거쳐서 본 계약 체결로 이어진다. 과거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기업들이 발표하는 기술이전 계약은 본 계약에 관한 내용이었다. 반면 최근에는 본 계약이 아닌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 MTA 또는 바인딩 텀싯 단계 계약까지 발표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제넥신(095700)은 지난 3월 미국 웨일 코넬의과대학과 방광암 치료제 ‘GX-BP1’ MTA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다. 리스큐어바이오도 같은 달 글로벌 빅파마와 뇌혈관 장벽(BBB) 플랫폼 기술이전을 위한 MTA를 체결했다고 공개했다. 펩트론(087010)은 2022년 12월 글로벌 빅파마와 1개월 지속형 당뇨 치료제 MT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MTA 계약 체결을 발표한 기업들은 발표 당일 대부분 주가가 상승했다. 계약 상대가 글로벌 기업이나 빅파마로 알려질 경우 주가 상승 폭은 더욱 커지고, 그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기도 한다. 투자자들은 기술이전이 본 계약 체결로 귀결되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기 때문이다. 기업으로서 MTA 계약 체결은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협력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자체 개발한 플랫폼 기술이나 후보물질이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어 시장에 영향을 준다는 게 업계 및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MTA 등 초기 계약이 기술이전 본 계약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분별한 MTA 계약 발표는 오히려 K-바이오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이를 마케팅 용도 또는 주가 부양 수단으로 악용하면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실제로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VC) 대표는 “일부 기업들이 MTA 등 초기 단계 계약 체결을 적극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를 언론도 그대로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결코 국내 바이오산업에 좋지 않다. 과거에는 MTA 단계 계약을 발표하는 사례가 없었다”며 “초기 단계 계약에 대해서는 발표하거나 기사화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MTA 계약 체결 후 기술이전 본계약 체결로 이어진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고 강조한다. 그만큼 초기 계약 발표에 투자자들도 휩쓸리지 않고 정중동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투자 열기가 저조해지면서 국내 신약개발 기업들은 위기를 맞고 있다. 확실한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 초기 단계 계약을 성급하게 발표했다가 본 계약 체결에 실패하는 사례가 빈발하면 결국 K바이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는 크게 떨어질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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