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기사는 인쇄용 화면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만병통치약?”…세계 석학이 반한 젬백스 ‘GV1001’
  • 2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
  • 박노희 UCLA 명예학장 겸 석좌교수
  • ‘GV1001 중개·임상연구 학술토론회’ 특강
  • 등록 2025-10-15 오전 7:13:15
  • 수정 2025-10-15 오전 7:13:15
이 기사는 2025년10월15일 7시13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구독하기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기사를 무단 전재·유포하는 행위는 불법이며 형사 처벌 대상입니다.
이에 대해 팜이데일리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강력히 대응합니다.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GV1001은 만병통치약인가.”

박노희 UCLA 명예학장 겸 석좌교수가 지난 2일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이노베이션파크 ‘GV1001 중개·임상연구 학술토론회’에서 던진 화두다. 이날 박 학장은 ‘GV1001의 치료적 다면성: 암 면역치료와 숙주 조직보호’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박노희 UCLA 명예학장 겸 석좌교수가 지난 2일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이노베이션파크 ‘GV1001 중개·임상연구 학술토론회’에서 특별세션 강연을 하고 있다. (제공=젬백스)


박 학장은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조지아대학에서 약리학 박사학위를, 하버드 대학에서 치의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박 학장은 1984년 UCLA 치대 교수로 부임해 1998년부터 2016년까지 18년간 UCLA 치대 학장을 역임했다.

그는 지난 2017년 대한민국과학기술유공자가 됐다. 대한민국과학기술유공자는 총 91명이다. 우장춘 박사, 이휘소 박사 등이 유공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유공자 가운데 67명이 사망했고 생존자는 24명에 불과하다. 박 학장은 24명 생존 유공자 중 한 명이다.

GV1001은 젬백스앤카엘(젬백스(082270))이 개발 중인 펩타이드 기반 치료제로, 알츠하이머병과 PSP 등 신경퇴행성 질환을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글로벌 2상은 국내를 포함한 유럽 7개국에서 수행됐으며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진행성 핵상 마비(PSP) 적응증 글로벌 3상은 내년 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먹지 마’ 신호 무력화…면역과 대식세포 깨워

GV1001 효능 핵심은 ‘CD47-대식세포 축’이다.

박 학장은 “GV1001은 종양 미세환경과 면역·염증 축을 동시에 겨냥한다”며 “항암 화학요법의 독성을 낮추면서도 암 억제에 힘을 보탠다”고 말했다.

CD47은 세포 표면에 붙어 ‘나 좋은 애야, 먹지 마’ 신호를 발산한다. 암세포는 유난히 많은 CD47을 달고 있다. 대식세포는 CD47이 내놓는 “먹지 마” 신호에 속아 암세포 포식에 실패한다.

혈관 벽에서도 CD47 신호가 과해지면, 나쁜 세포를 치우는 청소가 덜 돼 염증이나 죽상동맥경화가 악화한다. 죽상동맥경화는 화학 항암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심근경색, 협심증, 뇌경색 등을 일으킨다.

GV1001은 CD47 발현을 줄이거나 신호를 교란한다. 그 결과, 대식세포의 암세포 포식이 증가하고, 동맥경화성 플라크 증식성 세포가 줄어든다.

이미 항-CD47 항체 치료제가 있는데, 굳이 GV1001을 써야 하나는 의문에 대해서도 박 학장은 명쾌한 답을 내놨다.

그는 “항-CD47 항체가 암에서 효과를 보였지만 정상세포 독성이 문제가 됐다”며 “GV1001은 대식세포 포식을 도우면서도 정상 조직 독성 신호를 덜 건드린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세포 자폭을 멈추다… 미토콘드리아 보호

GV1001의 두 번째 축은 ‘미토콘드리아 보호’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에너지 발전소로, 우리가 섭취한 영양소를 연료로 삼아 에너지(ATP)를 만든다.

박 학장은 “시스플라틴(화학 항암제)은 정상 세포의 미토콘드리아를 망가뜨린다”며 “그 과정은 ①막 전위가 무너지고(발전소 전압이 떨어지고) → ②활성산소(ROS)가 넘치며(불꽃이 튀어 주변을 손상시키고) → ③사이토크롬 C가 밖으로 새어나온다(비상문이 열리며 세포 자폭 스위치가 켜진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상 세포가 죽고 염증이 번지는 것이다.

시스플라틴은 암세포의 DNA를 직접 손상시켜 복제를 막는 항암제다. 하지만 세포를 강하게 공격하기 때문에 정상세포도 함께 손상된다. 대표적 부작용은 신독성, 청각 독성, 골수 억제, 말초 신경병증이며, 특히 심한 구토로 악명이 높다.

시스플라틴은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에서도 활성산소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이 ROS는 미토콘드리아 안쪽 막의 카디오리핀을 산화시켜 막을 약화시키고, 그 틈으로 사이토크롬 C가 새어나와 세포 자멸을 촉발한다.

즉, ‘카디오리핀 산화 = 미토콘드리아 붕괴 + 세포 자멸 신호 개시’로 요약된다.

카디오리핀은 미토콘드리아 막의 안정성과 에너지 생산(ATP 합성)을 지탱하는 핵심 인지질이다. 이 지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세포 자폭 스위치가 켜지지 않는다.

박노희 UCLA 명예학장 겸 석좌교수. (제공=젬백스)


하지만 GV1001을 병용하면 반전이 일어난다.

박 학장은 “GV1001은 손상된 미토콘드리아의 막 전위를 회복시키고 ATP 생산을 되살리며, 과도한 ROS 생성을 억제한다”며 “카디오리핀 산화를 막아 사이토크롬 C를 단단히 붙잡아 준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항암 치료 중 발생하기 쉬운 신독성과 구강 점막염이 크게 줄었고, 상피-중간엽 전이(EMT) 지표 감소와 조직 손상 완화 효과도 나타났다.

EMT는 세포가 상피세포(표면 보호세포)에서 중간엽세포(움직이는 세포)로 변하는 과정으로, 상처 회복에는 필요하지만 과도하면 섬유화나 암 전이로 이어질 수 있다. GV1001은 이 과정을 억제해 세포가 제자리를 지키며 정상 기능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종양 억제와 독성 완화 ‘두 마리 토끼’ 잡아

GV1001이 종양 억제와 독성 완화를 동시에 달성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시스플라틴 단독군보다 GV1001 병용군에서 종양 부피가 더 크게 감소했으며, 체중·백혈구 감소 등 전신 독성은 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학장은 “정상세포 보호가 항암 효과를 약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GV1001은 정상세포의 미토콘드리아를 보호하는 데 집중돼 암세포 살상 경로에는 간섭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GV1001은 치주균으로 유발된 혈관 염증과 죽상동맥경화, 알츠하이머·파킨슨 등 미토콘드리아 장애성 질환에서도 응용 가능성이 있다”며 “신경염증과 세포자멸을 억제하는 기전이 노화 억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학장은 “그렇다면 GV1001은 ‘만병통치약인가?” 스스로 반문했다. 그는 이어 “아니다, 다만, 면역-염증-미토콘드리아 축을 매개로 다질환 스펙트럼에서 기전 일관성을 보유한 후보 약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희망의 신호는 보이지만, 과학은 겸손해야 한다. 반복·검증·임상으로 증명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팜투자지수

팜투자지수는 유료 구독자에게만 제공됩니다.

구독하기

저작권자 © 팜이데일리 - 기사 무단전재, 재배포시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