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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옥석가리기]①유례없는 바이오 빙하기...돈줄 마르고 구조조정 한창
  • 국내 바이오 산업 개화 이후 유례없는 위기
  • 바이오 신규 투자 급감, 올해 3분기 전년동기 대비 27% 감소
  • 투자 이뤄지지 않으면서 기업 옥석가리기 본격화
  • 신약개발 중도 포기, 대대적인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 한창
  • 등록 2022-11-28 오전 10:39:48
  • 수정 2022-11-29 오전 7:14:08
이 기사는 2022년11월28일 10시39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구독하기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최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업 A사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회사가 존폐의 기로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57명이던 직원수는 10명으로 줄였다. 서울 본사와 미국 지사는 청산키로 했다. 기업가치는 1년만에 1/4 토막 났다. A사 관계자는 “바이오 업계 투자가 얼어 붙으면서 그 여파로 사업이 거의 올스톱 수준이다”면서 “회사 운영을 위해 고정비용을 대폭 삭감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제약분야 사업개발 및 마케팅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던 B사도 그동안 강화했던 B2C 사업을 정리했다. 지난 8월 담당하던 조직을 없앴고, 이 과정에서 임직원 수도 80명에서 50명으로 감축했다. 신약개발 기업 C사는 핵심 파이프라인이던 뇌종양 치료제 임상을 중단했다.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던 국내 바이오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K-바이오는 2000년대 들어 바이오 1세대 기업들이 설립되고 투자가 집중되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세계적 경제 불황,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감과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투자가 경색 국면에 접어들었다. 투자가 줄면서 바이오 벤처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8일 한국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올해 바이오 섹터 분야 신규 투자가 크게 감소했다. 바이오·의료 업종은 지난해 신규투자 1조6770억원을 기록,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달성했다. 3분기까지 신규 투자도 1조2032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3분기까지 신규 투자는 87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약 27% 감소했다. 전체 업종 신규 투자 금액은 여전히 상승세고, 타 산업군의 경우 투자 비중이 줄지 않았지만, 바이오 섹터만 투자 비중이 크게 줄었다.

바이오·의료 업종 신규 투자 비중은 2017년 24.6/%를 시작으로 2019년 25.8%, 2020년 27.8%에 달했다. 하지만 2021년 21.8%오 비종이 대폭 감소한 뒤, 올해 9월까지 16.3%로 더욱 축소됐다. 특히 올해 상장한 바이오 기업은 8개사에 불과했다. 지난해 16개사의 절반 수준이다.

초기 투자 유치에 기업 성패가 갈리는 바이오 벤처 특성상 투자 경색으로 인한 자금난은 기업 운명에 치명적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외부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벤처 업계 내부에서는 파산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벤처캐피털(VC)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가 얼어붙었다는 건 통계로도 나오고 있다. 바이오 벤처 90%가 적자다. 1~2년에 한번 씩 펀드레이징을 하면서 사업을 영위하고 회사를 운영하는 시스템”이라며 “올해는 펀드레이징이 안돼서 파산하는 기업들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 사실상 옥석가리기가 시작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분야 투자가 급소도로 냉각된 것에 대해 여러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크게 △세계 바이오 시장 트랜드를 이끌고 있는 미국 시장의 부진 △어려워진 투자금 회수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감 및 신뢰도 저하 등이다.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바이오·헬스케어 부문 대표는 “기존 미국 시장의 트랜드를 보고 국내 기업들에게 투자하는 형태가 최근 미국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투자 방향성을 못잡고 있다”며 “바이오 기업 상장문이 좁아지면서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것과 국내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 바이오 벤처 기업들의 투자 요청이 쇄도하고 있지반 웬만하면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바이오 빙하기 사태로 개별 기업들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바이오 전문 VC) 대표는 “한미약품과 셀트리온 등의 성과가 본격화 된 2015년 이후부터 바이오 투자가 본격적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매크로 환경의 변화 등으로 바이오 투자가 급락기를 겪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는 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옥석가리기로 이어질 것이다. 내년부터 그 옥석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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