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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영두 임정요 기자] RNA 플랫폼 신약 개발사 올리패스(244460)는 핵심 파이프라인 임상 실패가 자금 고갈로 이어졌다. 최근 경영난에 연구개발 부서를 해체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극복하지 못하고 매물로 나왔다. 제노큐어 등이 인수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불발되면서 결국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바이오 활황기이던 2020년 초 기술특례 상장 등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바이오 벤처 기업들이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신약개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자금은 대부분 소진되면서 상장 유지 요건마저 갖추지 못해 매물로 나오거나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 (그래픽=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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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최근 바이오 섹터 투자가 크게 감소했다. 전체 바이오 벤처 투자 추이를 살펴보면 2021년 3조4200억원에 달했지만 2022년에는 1조950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어 2023년과 2024년 바이오 투자 규모는 각각 1조7100억원, 1조8400억원에 머물렀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과거 4~5년 전 바이오 거품으로 정확한 가이드라인과 지식 없이 무분별하게 투자가 이뤄졌고, 그 후폭풍이 현재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바이오 투자 감소는 바이오 벤처 자금난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바이오 투자가 활발했던 2020년대 초 기술특례 상장한 바이오 벤처들은 후속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임상 개발이 진행되지 않고, 수익 사업화도 어려워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상장유지요건인 매출 30억원 또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등을 충족하지 못한 곳들이 매물로 나오거나 상장폐지 위기를 맞고 있다.
실제 셀리버리는 기술특례 상장 바이오 기업 최초로 상장폐지 됐고, 파멥신(208340)은 30억 매출 요건을 맞추지 못하고 자금난에 시달리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피씨엘도 최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기업 인수·합병(M&A) 시장도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288330)가 가상자산 전문 기업 파라택시스에 인수됐고, 애드바이오텍(179530)은 오큐피바이오엠에 인수됐다. 이 외에도 다수 바이오 벤처가 매물로 나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벤처캐피털(VC) 바이오 심사역은 “현재 바이오 벤처 100개사 중 90개사는 현금성 자산이 제로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와 바이오 투자 VC 관계자들은 “기술특례 상장 바이오 기업 주가가 처참할 정도로 하락했고, 이는 개인 투자자들이 스스로 지식을 습득하면서 한국 바이오는 사기라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단순 신약 실패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투자자를 기만하는 행위들이 반복되면서 바이오 기업 주가 및 기업가치 하락은 물론 투자 유치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욱 현앤파트너스 대표는 “바이오 호황기 당시 설립한 바이오 벤처들은 당시 펀딩을 너무 쉽게 받을 수 있있고, 기술특례 제도와 상장 후 감시·감독할 체계가 부족한 것도 작금의 바이오 암흑기 원인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다른 바이오 심사역은 “최근 10년간 너무 많은 바이오텍 창업이 있었고, 자기 기술의 시장성도 모른 채 창업한 기업도 있었다”며 “데이터를 볼 줄 모르는 기관투자자들도 있던 시기라 이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바이오 벤처 투자에 집중하던 VC들도 신약개발 등 바이오 벤처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입장에서 손해 볼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투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구영권 스마일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국내 바이오 벤처가 현재 처한 상황의 이유는 복합적이다.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졌고, 반대로 인공지능(AI), 로봇 등 새로운 영역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바이오 벤처의 대규모 펀딩 수단인 IPO 기준도 까다로워졌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의 바이오 침체 등이 영향을 끼친 결과로 판단된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신약 개발 중심의 바이오 벤처 투자는 고사하고 있다. 투자를 요청하는 기업에도 투자 못한다고 선언했다. 기존 투자 기업에 대한 사후관리 정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