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만들어내려면 (바이오벤처가) 파이프라인을 기초연구 단계에서 기술이전해 버리면 안 된다. 이제 임상 후기를 우리나라가 직접 하는 단계로 가야한다.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 문제인데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의 매출 규모로는 어렵기 때문에 ‘똘똘한’ 임상 2·3상 아이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이 30일 진행된 신년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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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30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사옥에서 진행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 지원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원 회장은 “제약·바이오산업에 (자금조달 어려움으로 인한) 위기감이 팽배하다”며 과감한 정부의 투자가 필요한 때 임을 역설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원 회장은 “미국은 (코로나19 의약품 개발) ‘초고속 작전’으로 14조원을 몇 개 회사에 투자해 백신을 개발해 냈고 투자받은 회사들은 글로벌 시장에 백신을 공급하며 지금은 90조~100조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정부가 그렇게까지는 못하더라도 다시한번 지원을 촉구드린다”며 “적극적인 정부의 R&D 투자로 연 매출 1조원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나오면 국부가 창출될 것”이라고 했다.
원 회장은 “모더나는 작은 연구소에 불과했지만 미국 정부의 과감한 지원으로 3년에 할 일(코로나19 백신 개발)을 3개월에 끝냈다”며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4127억원을 투입했는데 이것도 적은 돈은 아니나 이런 시기에는 정부차원의 결단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검찰은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살펴보겠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 압수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제약·바이오기업의 R&D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원 회장은 “국내 제약사 영업이익률이 평균 6~7%, 높은 경우 9% 수준에 불과함에도 R&D 투자는 매출액의 10% 이상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 간격을 캐시카우인 제네릭(복제약) 판매로 채워야 한다는 점을 (정부가) 복합적으로 이해해야 하고 글로벌 제네릭 약가에 맞춰 단순 비교해선 안 된다”고 쓴 소리를 이어갔다.
이밖에 원 회장은 △과감하고 신속한 제약·바이오 육성지원 방안 실행 △필수·원료의약품 및 백신 자급률 상향을 위한 전폭 지원 △보험의약품 가격제도 개선 △국무총리 직속의 제약·바이오혁신위 설치 및 메가펀드 지원규모 확대 등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2017년 3월 취임했을 때와 비교하면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국민, 정부, 산업계 내부가 가진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다”며 “(연 매출 1조원의 블록버스터 의약품 개발과 같은) 결과물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지금 물이 끓기 직전인 90℃의 상황이다. 정부가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들을 제시해야 100℃가 돼 퀀텀점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이 30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나은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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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원 회장은 지난 2017년 3월 제21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으로 취임해, 자진 사퇴기간 10개월가량을 제외하고 이달 말까지 총 5년2개월의 임기를 채우고 물러날 예정이다.
협회는 차기 회장으로 노연홍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을 회장 후보로 단수 추천, 다음달 중 열릴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원 회장이 설립한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과 인공지능(AI) 신약개발 지원센터 사업의 연속성을 걱정하는 질문에 원 회장은 “다음 회장도 현재 협회가 추진하는 사업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이 다음 단계에서 진행될 사업들은 더 깊이 있게 추진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