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내년 4분기 출시를 목표로 화장품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기존 보툴리눔 톡신 제제보다 유지기간은 짧겠지만 안전성 측면에서는 더 우수합니다.”
| 윤경원 인트론바이오 대표.(사진= 인트론바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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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원
인트론바이오(048530) 대표는 보툴리눔 톡신과 비슷한 효능을 낸다고 알려진 ‘iN-SIS5’에 대해 “마이크로 니들 제형이 접목된 화장품으로 개발을 논의 중이며 이미 대량생산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iN-SIS5는 스네어 단백질(운동신경 막 융합을 조절하는 단백질 복합체) 형성을 저해하는 효과를 갖는 폴리페놀 유도체다. 인트론바이오는 성균관대 권대혁 교수팀이 개발한 보톡스 유사물질을 2018년 기술도입한 뒤 이를 개량해 지금의 iN-SIS5를 만들었다. 지난 8월 국제화장품성분(ICID) 및 국내 화장품 성분으로 등록했다.
윤 대표는 iN-SIS5가 기존 보툴리눔 톡신과 유사한 효능을 가지면서도 독소가 갖는 위험 요소를 배제해 안전성이 우수한 소재라고 설명했다.
기존 보툴리눔 톡신 제제와 iN-SIS5 모두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아세틸콜린에 작용해 근육을 마비시킨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하지만 기존 톡신 제제는 운동신경 막 융합을 조절하는 시네어 단백질을 절단해 신경전달을 중지시키고, iN-SIS5는 일부 저분자 화합물이 스네어 내부로 들어가 그 기능을 일시 저해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즉 iN-SIS5는 단백질 절단없이 보툴리눔 톡신과 유사한 효과를 내지만, 비가역적인 부작용은 없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지퍼에 돌을 껴넣으면 지퍼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스네어 단백질에 ‘돌’을 끼우는 게 iN-SIS5 작용 원리다. 자르는게 아니라 일시적으로 저해하기 때문에 iN-SIS5를 투여한 후 원래 상태로 돌아올 수 있어 가역적이다”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 iN-SIS5로 개발한 화장품을 국내에 출시하겠다는 목표다. 상용화를 위해 마이크로 니들 회사 ‘더마젝’, 뷰티 브랜드 ‘헉슬리’로 잘 알려진 ‘노드메이슨’과 손잡았다. 두 회사에 지분을 투자해 현대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인트론바이오는 노드메이슨에 iN-SIS5를 기술이전해 현재 공동개발 중이며, 제품 개발 단계에 따라 마일스톤을 받고 판매 시 로열티를 받게 된다. 더마젝과는 iN-SIS5를 마이크로 니들 제형으로 개발하기 위해 협업 중이다. 마이크로 니들은 피부 흡수율을 높여 보다 효과적으로 화장품 성분이 피부 속으로 전달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iN-SIS5를 적용한 화장품이 보툴리눔 톡신 제제 만큼의 효능을 낼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알기 어렵다. iN-SIS5가 작용하려면 표피와 진피보다 더 아래에 있는 근육 신경 말단까지 들어가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마이크로 니들 화장품의 경우 침의 길이가 최대 0.25㎜까지만 허용된다. 사람의 표피 두께는 가장 두꺼운 손바닥과 발바닥도 약 0.3~0.7㎜ 수준이다. 이 보다 길게 만들 경우 의료용으로 분류되고 허가 받으려면 임상시험이 필요할 수 있다.
인트론바이오 측은 “표피 투과 후 확산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도 화장품으로써 기능은 작동된다. 또 iN-SIS5를 보톡스처럼 직접 근육층에 주사로 투과시킨다면 같은 효능을 나타낼 것이고, 이는 협력 기업과 함께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며 “자주 피부에 적용한다면 충분히 주름 개선 등의 효과를 제공하는 화장품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트론바이오는 iN-SIS5를 의약품으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시험이나 보툴리눔 제제와 효능을 직접 비교하는 임상시험은 자체적으로 진행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기술이전이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의약품으로도 개발될 여지는 남겨뒀다.
윤 대표는 “회사가 원래 주력하던 신약에 개발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iN-SIS5는 화장품 정도로만 개발하는 것을 일단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 물질을 의약품으로 개발하려는 의지가 있는 국내외 바이오 기업에 기술이전 하거나 파트너링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인트론바이오는 박테리오파지가 세균을 죽일 때 내뿜는 효소인 ‘엔도리신’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다. 박테리오파지는 체내 특정 유해 세균만 골라 없앨 수 있는 바이러스를 통칭하는 용어다. 회사는 박테리오파지를 단순히 ‘세균을 죽이는 바이러스’라는 개념을 넘어 장내 세균을 컨트롤 하면서 진화하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