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을 둘러싼 정부의 이중적 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유통업체를 통한 간접수출을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톡신 제품 품목허가 취소 절차를 밟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문제가 된 제품을 수출 증대와 국가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며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휴젤(145020)과 보툴리눔 톡신 ‘보툴렉스’가 각각 세계일류상품 및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에 선정됐다. 1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2021 세계일류상품’ 수여식에서는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직접 휴젤 측에 인증서를 수여했다.
세계일류상품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운영하고 있다. 세계일류상품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 생산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세계일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01년부터 마련됐다. 세계일류상품으로 뽑히면 해외에서 정부 공식 인증 브랜드로 통용되고, 금융, 컨설팅, 마케팅 등 다양한 지원도 이뤄진다.
식약처가 불법 수출이라고 규정한 제품을 산업부가 국가대표 제품으로 치켜세우자 업계는 정부의 이중적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보톡스 간접수출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식약처가 수출 관련 주무부처인 산업부 가이드라인을 참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실제로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 이슈를 인지하고 있는 산업부는 휴젤 보툴렉스 세계일류상품 선정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식약처와 휴젤 간의 논란은 알고 있다”면서도 “세계일류상품은 세계 시장 점유율 5위 이내이거나 수출액이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선정된다. 휴젤 보툴렉스는 제출된 수출 실적 등을 통해 문제가 없고 조건을 충족했다”고 말했다.
| 1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1 세계일류상품 인증서 수여식’에서 (오른쪽)노지혜 휴젤 커뮤니케이션사업부 전무와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휴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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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가 밝힌 세계일류상품 선정기준은 △세계 시장 규모 연간 5000만 달러(약 600억원) 이상 △세계 시장 점유율 5위 이내 및 5% 이상 △수출 규모 연간 500만 달러(약 59억원) 이상 등이다. 특히 수출은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것을 의미하며 △직접수출 △대행수출 △간접수출 등을 모두 포함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휴젤에 따르면 보툴렉스는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 점유율 5위 이내이고, 국내 톡신 생산업체 중 수출액 1위에 해당한다. 2020년 생산량 기준으로는 보툴렉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20%에 달한다. 또한 산업부와 KOTRA 수출 가이드라인(직접·간접·대행 포함)에 따른 지난해 수출액은 394억원으로 선정 기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산업부 관계자는 “세계일류상품은 해당 분야 협회를 통해 코트라를 거쳐 산업부에 전달된다. 그 과정에서 해당 기업이 제출한 수출 및 수출 실적에 대한 문제점을 검증한다”며 “휴젤과 보툴렉스는 그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즉, 휴젤 보툴렉스의 모든 수출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산업부 입장이다.
이와 관련 본지는 식약처에 △산업부 세계일류상품 선정에 대한 입장 △간접수출 관련 문서화된 가이드라인 존재 여부 △행정처분 취소 고려 등에 대해 문의했지만,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식약처 관계자는 “보툴리눔 제제를 국내에서 도매상 등에 판매시 제조단위별로 국가출하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출용은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번(휴젤) 건은 이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 수사에서 확인돼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