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일본)=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이번 ‘바이오재팬 2025’은 미국 시러큐스와 한국 송도를 양 축으로 하는 듀얼 허브를 기반으로, 항체,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결합체(AOC), 항체-약물접합체(ADC) 등을 아우르는 글로벌 톱티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모델을 보여주는 자리이다. 단순히 신규 주주를 확보하는데 그치지 않고 일본 제약사들과 신뢰 기반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이다.”
 | 박 제임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는 9일 오전 11시 일본 요코하마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김새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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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제임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9일 오전 11시 일본 요코하마 니시워드(Nishi Ward)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업계획과 현황 등에 대해 공유했다. 그는 10년 넘게 CDMO 사업을 추진했지만 바이오재팬은 이번에 첫 참석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바이오산업 변화…“롯데바이오엔 기회” 박 대표는 글로벌 바이오산업이 직면한 세 가지 변화를 짚어보며 말문을 열었다. 첫 번째는 지정학적 요인이다. 그는 “최근 미국은 생물보안법을 도입해 적대국가와 연계된 바이오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과 계약을 금지했고, 바이오 생산의 온쇼어링을 의무화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 5월 발표된 행정명령 14293호는 필수 의약품의 미국 내 생산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미국 내 제조 거점 확보를 우선순위로 두는 배경이 됐으며, CDMO 선택의 기준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는 게 박 대표의 진단이다.
두 번째는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다. 박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텍의 벤처캐피털(VC) 투자가 급감하면서 초기 단계부터 신뢰할 수 있는 CDMO와 협력해 개발 속도와 비용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생존의 필수 요소가 됐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는 첨단 모달리티의 부상이다. 항체의약품 시장은 2033년까지 9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단순항체뿐 아니라 이중특이성(Bispecific), 이중약물탑재(Dual-payload),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결합체(AOC) 등 복잡한 구조의 신기술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박 대표는 “이제 CDMO는 단순한 생산업체가 아니라 기술혁신의 동반자여야 한다”며 “첨단 모달리티를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전문성과 기술력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했다.
그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 세 가지를 위기이자 차별화의 기회로 보고 있다”면서 이를 극복할 차별화 전략으로 △통합 생산 인프라 △글로벌 듀얼사이트 운영 △디지털 전환 기반의 고객 협업 모델을 제시했다.
현재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와 인천 송도에 듀얼 사이트를 구축하고 있다. 12만ℓ 규모인 송도 바이오 캠퍼스가 내년에 준공되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총 16만ℓ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시러큐스 공장은 온쇼어링, 송도 공장은 대량 상업생산 거점으로 분업화한다는 전략이다.
4만ℓ 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시러큐스 공장은 미국 온쇼어링 대응 거점으로, 올해 6월부터 ADC 상업용 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GMP) 생산을 시작했다. 박 대표는 “시러큐스의 5000ℓ 규모는 임상 3상이나 상용화에 딱 맞는 스윗 스팟(Sweet Spot)”이라며 “ADC 상업용 생산 이후 상업용 물량 생산 수주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ADC 생산시설에 대해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박 대표는 “이번에 신 회장과 함께 시러큐스 공장에 갔다”며 “캠퍼스 내 확장 가능성이 있는지 묻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아직 시러큐스 부지의 30%도 사용하지 않았다”며 “나머지 70% 여유부지를 활용해 엔드투엔드(End-to-End) 생산이 가능한 확장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료의약품(DS)뿐 아니라 완제의약품(DP) 영역까지 대응할 수 있는 설비투자(CAPEX)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도 바이오 캠퍼스는 2027년 상업 생산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는 고수율을 유지하면서도 유연하게 생산 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4기 병렬형 세포 배양 시스템(Titer Flex Quad Bioreactor System)을 적용해 고역가(High-Titer) 의약품 생산에 최적화했다. 박 대표는 “우리는 ‘두 대륙, 하나의 표준(One Global Standard), 무타협(Zero Compromise)’을 모토로 품질 일원화를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시장 중시…신유열 실장도 미팅 참석해 적극 소통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일본 시장을 중시하는 이유는 일본 제약사들이 ADC 분야에서 한발 앞서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일본은 ADC 분야에서 미국보다 앞서 있다”며 “일본 제약사들과의 협력은 전략적 성장의 기회일 뿐 아니라 롯데의 역사와 전통을 잇는 의미가 있다”고 봤다.
이번 행사 기간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일본 내 주요 제약사 10여 곳과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했다.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도 행사에 참석해 부스에 방문하고 고객사 미팅에 참석하는 등 글로벌 CDMO 시장에서 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소통에 적극 나섰다.
 |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부사장(왼쪽)은 9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바이오재팬 2025’에 마련된 롯데바이오로직스 부스를 방문해 고객사 미팅을 진행하고 행사장 전반을 돌아봤다. (사진=롯데바이오로직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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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일본은 신뢰사회로, 한 번의 미팅으로 수주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일본은 꾸준한 접촉과 신뢰 쌓기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해 3월 처음 왔을 때는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이니 다 잘 풀린 줄 알았다”며 “그런데 일본에서는 그게 예의일 뿐이었다”고 고백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주사의 도움을 받으며 수주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박 대표는 “롯데홀딩스가 브릿지 역할을 해주며 도움을 주고 있어서 큰 제약사들과도 미팅을 많이 하고 있다”며 “롯데지주의 일본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일본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인력을 전면 배치했다”고 알렸다. 이어 “단기 영업보다는 신뢰를 중시하는 ‘롱텀 릴레이션십’(장기 파트너십) 접근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산업은 다양한 압력과 변화 과정 속에 놓여 있다”며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듀얼 사이트에 기반한 견고한 품질 시스템을 바탕으로 언제나 ‘품질 우선’을 실천하겠다”고 역설했다.
한편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부스에는 이번 바이오 재팬 기간 400여 명이 부스를 방문했다. 회사 측은 “계획된 파트너링 미팅 외에도 현장 부스에서 진행된 미팅 등 수 십 건의 미팅을 진행했다”며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에 대한 관심은 물론 송도 바이오 캠퍼스 구축이 가시화되며 방문 요청을 비롯한 다양한 문의도 이어졌다”고 전했다.